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 후폭풍으로 홍명보 감독이 29일 사퇴하면서 이제는 대한축구협회 개혁 문제로 국민들의 관심이 쏠린다. 홍명보 감독 선임 당시 불거진 공정성 논란, 정몽규 협회장 4연임을 둘러싼 비판 여론 등이 월드컵 참패를 계기로 재점화해 폭발하는 모양새다. 축구협회를 해체하는 수준까지 뒤엎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는다.
축구협회는 현재 새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정몽규 회장이 이번 월드컵 직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참에 단순히 회장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회장 선출 제도를 비롯해 축구협회의 인적 구조를 바꾸자는 제언이 나온다. 이와 함께 학교 체육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축구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 축구협회 선거제도부터 바꿔야 정몽규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사임서를 낸다면,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축구협회 정관에는 회장 유고 시 60일 이내 새 회장을 선출하게 돼 있다. 협회장 직무대행(이용수 부회장)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새 회장 선거 과정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100~300명으로 구성되는 선거인단이 협회장을 선출한다. 지난해 2월 치러진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 당시에는 192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18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그 결과 무효표 1표를 제외한 유효투표 182표 가운데 156표를 가져간 정몽규 회장이 당선됐다. 정몽규 회장의 4연임에 부정적인 여론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이제는 특정인의 영향력이 작용하기 쉬운 구조를 바꿔 선거인단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 등이 대표적이다. 박문성 위원은 29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국 축구 산업에서 활동하는 인구가 등록 기준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 거기서 200명 정도로 (투표)한다는 것이 대의의 개념인가”라며 “민심의 굴절이나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축구협회의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선거인단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이럴 경우 대한체육회 정관부터 바꿔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진다. 축구협회만 선거인단을 1천명 가까이로 늘린다면, 상위법인 대한체육회 정관(가맹단체 선거인단 수 100~300명)과 어긋나게 되기 때문이다. 정관 개정 작업이 외압으로 이뤄질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의 3자 개입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까닭에 300명 한계 안에서 지도자, 선수, 심판, 동호인 등이 참여하는 선거인단 배분 비율을 조정해 프로팀 비중을 대폭 줄이자는 현실적인 절충안도 나온다.
축구협회 내부 인적 쇄신도 불가피하다. 한 축구인은 축구협회 임원들과 구성원들도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회장이 선출되면 대대적인 개편과 쇄신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 유소년 축구 강국으로 거듭나야 다른 운동도 그렇지만 축구는 특히 기본기가 중요한 종목이다.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선수들이 성장해야 성인 축구의 질이 향상된다. 독일 축구 전문가 마쿠스 한은 “당장 대표팀 감독을 누구를 뽑아야 하느냐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새판을 짜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뒤에 결실을 맺는 유소년 축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1990년대 말 대표팀이 최악의 슬럼프를 겪으면서, 유소년 축구에 집중적인 투자를 시도했다. 그 결과 2014년 월드컵 우승을 일궈냈다. 마쿠스 한은 “독일에선 5살 때부터 3 대 3 축구 경기를 하고, 주말마다 수준별로 경기를 치른다. 이 안에서 선수층이 확보되고, 최상위 선수들이 배출된다”고 했다. 한국도 초등학교 8 대 8 경기가 일반화되는 등 변화하고 있지만, 연령별 리그와 승강제가 정착되지 않으면서 중학교 1~2학년은 3학년에 밀려 공식 경기에 출전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독일식 모형을 따라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가동해 젊은 축구 재원들을 꾸준히 발굴해왔다. 하지만 국내 연령별 대회가 세분화돼 있지 않고, 팀 간 전력 차가 커 경기 효율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보였다. 우상범 경기 비룡초등학교 축구부 감독은 “축구협회가 유소년 축구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유소년 전임 지도자들의 처우 개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은 전임 지도자들의 생활을 보장하고 신분을 안정화해 유소년 지도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사회체육학과)는 “한국 축구에는 월드컵 4강이라는 착시가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드러났듯 아시아권에서는 일본만 32강에 갈 실력이었다. 32강 탈락했다고 희생양을 찾는 식으로는 한국 축구가 바뀔 수 없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근본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손현수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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