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빈소 방문 논란까지…퇴행하는 민주당 당권 경쟁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시민 작가의 ‘재건축론’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청래 전 대표와 송영길 의원 사이에서 17년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 방문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당내에서는 퇴행적 논쟁으로 전대가 얼룩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권 도전이 점쳐지는 송 의원은 29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친노·친문’, ‘노무현 키즈’ 등을 외치며 자신이 민주당 적통임을 강조하는 정 전 대표를 향해 “(그는) 완전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등을 져서 (2009년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도 못 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김민석 총리를 공격하려고 ‘노무현 적통’ 이런 걸 따지면, 다른 분은 몰라도 적어도 정 전 대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것이 2002년 대선 때 김 총리가 당시 정몽준 후보로 단일화를 요구하며 노무현 당시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다 탈당한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 전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송 의원 주장은) 100% 허위사실 유포다. 당연히 애도하고 참석했다. 사과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송 의원 주장과 다르게 노 전 대통령 서거 다음날인 2009년 5월24일 봉하마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송 의원은 취재진에게 “노 전 대통령 못 지킨 건 모두의 책임인데 그걸로 김 총리를 공격하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시던 날 중국에 있었다. 소식 듣고 그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바로 봉하마을에 갔다. 홍수 같은 소나기가 쏟아져 비를 철철 맞으면서 국화꽃을 올려드렸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과를 못 받으면) 제 명예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법적 조처까지 에둘러 언급한 셈이다. 당권 경쟁이 적통 논쟁으로까지 번지자,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나는 김가요’, ‘박가요’ 이건 고려시대 때 하던 얘기 아닌가. 너무 퇴행적이라 황당무계하다”고 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당권 경쟁이 과열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완수사권 폐지 입법 시점을 둘러싸고도 정 전 대표와 김 총리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 게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김 총리가 ‘2차 검찰개혁안을 지난 5월에 처리하자고 당에 제안했으나 당의 반대로 연기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정 전 대표와 가까운 문정복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실제 전달한 적이 없으면서 당이 막은 것처럼 말하는 것이라면 거짓으로 당을 흔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전날 “정부 쪽에서 그런 제안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퇴행으로 흐르는 당권 경쟁이 다음달 1일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찬 회동, 이 대통령과 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만찬 회동을 기점으로 변화를 맞을지 주목된다. 지도부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통합 메시지가 나오면 갈등 수위가 어느 정도 조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한솔 김채운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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