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아 | 한양대 교수(직업환경의학)
지난 6월12일 제114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는 제193호 ‘플랫폼 경제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제정하였다. 여기에선 ‘디지털 노동 플랫폼’을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사용하고 디지털 기술을 통해 주문자 요청 서비스를 조직·중개하는 법인으로 정의한다. 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나 대가를 받는 모든 고용 형태의 노동자를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로 정의하였다. 이 협약은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광의의 플랫폼 노동자를 그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명시하였다.
국제노동기구는 플랫폼 경제가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고 제도권 밖 노동의 공식화 가능성을 높였으며,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소득 창출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득의 불안정성, 노동자성을 둘러싼 갈등 증가, 알고리즘에 의한 관리, 사회보장의 미비로 노동자 보호가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하므로 국제기준을 마련하였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협약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의 보호, 고용관계에 대한 명확한 분류, 적절한 임금의 보장, 사회보장, 자동화 알고리즘에 대한 공개와 재검토 요구,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해고 제한, 이주노동자와 난민 보호 등의 조항을 포함하였다.
이 협약은 비공식 노동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플랫폼 노동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방향을 명확히 하는 한편, 알고리즘 관리의 규제를 공식화하였고,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 책임을 명시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있다. 안전보건 측면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사고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정부, 플랫폼 기업, 노동자들의 책임을 명시하고, 생명 또는 건강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작업을 회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가 있다.
2023년 고용노동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한 플랫폼 노동자가 88만명 정도라고 발표했으나, 이는 협의로 정의했을 때의 규모다. 산재보험에서는 특수고용직을 포함한 ‘노무제공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다양한 비임금 노동자들을 포괄하려 하고 있다. 이런 노무제공자의 규모는 140만명에서 150만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이 중에는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기타 의존적 계약자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노동자가 일감을 주고받는 방식에 따른 분류라면 노무제공자나 특수고용직은 개인의 사업 형태에 따른 분류이기 때문에 중복은 상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퀵서비스, 배달, 대리운전, 택배기사 등의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앱이나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받는 직종이기 때문에 상당수가 플랫폼 노동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프리랜서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일을 구하고 개별 계약을 맺기 때문에 이들 중 상당수도 플랫폼 노동자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정부가 입법 추진을 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은 이번 국제노동기구의 협약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노동자의 상당수는 광의의 의미로 플랫폼 노동자일 수 있다. 이 법은 고용 형태나 계약 방식 등에 상관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건강하게 일할 권리,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권리,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이 법의 제정에 따라 정부는 사회보험, 산업안전보건 적용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된다면 국제노동기구의 새 협약에서 제시한 주요 내용들을 포함하는 입법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는 노동 과정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권이다. 국제노동기구 협약에서는 플랫폼 내에서 이루어지는 결정들에 대한 공개와, 문제에 대한 재검토 요청, 결정 과정에서의 인간 개입을 명시하였다. 그러나 현재 입법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에는 노동자의 알권리와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해 보인다. 노동 과정에 대한 결정이 알고리즘에 의해서 이뤄질 수도 있고 개인 간의 독립된 계약을 통해서 이뤄질 수도 있지만, 이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의 참여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우선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노동자 참여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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