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철근 누락’ 보도 MBC 스크랩 제외한 서울시, 치졸하다
한겨레
서울시가 지티엑스(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을 보도한 문화방송(MBC)을 내부 언론 스크랩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스크랩 첫 장에 “편파 왜곡 보도 매체는 제외합니다. 제외 매체 MBC”라는 문구까지 적었다고 한다. 엠비시가 지난 5월 삼성역 구간 공사에서 2500여개의 철근이 누락됐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것에 대한 조치다.
해당 보도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승강장 기둥이 주철근 2열로 시공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1열만 설치된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전체 기둥 80본 가운데 50본이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국가철도공단에 보고했다고 주장했으나, 국토교통부는 방대한 업무일지에 제한적으로 기재됐을 뿐 직접 보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언론이라면 서울시가 6·3 지방선거를 의식해 일부러 보고를 안 했는지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 15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편파·왜곡 보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으나, 어떤 내용이 왜곡됐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
언론 스크랩은 서울시 내부 업무 참고자료이긴 하지만, 특정 언론을 “편파·왜곡 보도 매체”로 공식 표시한 것은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 출입기자단이 “이번 조치를 출입기자들의 시 관련 취재·보도 행위에 압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보고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이 때문이다. 비판 언론을 골라 배제하고 낙인찍는 방식은 언론 자유를 위축하는 효과를 낳는다.
더욱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1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국토부가 해당 정보를 민주당에 알린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엠비시가 이를 받아 70여차례 보도한 것은 지방선거를 민주당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맺은 삼각관계”라고 주장했다. 선거 기간에는 엠비시 기자와 간부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했다. 지금 오 시장이 해야 할 일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보강공사가 완벽하게 이뤄지도록 감독하고, 실상을 정확히 공개해 시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그런데 오 시장은 마치 아무 문제도 없는 사안을 정부와 여당, 공영방송이 짜고 ‘선거 공작’을 기획한 것처럼 주장한다. 정당한 보도를 ‘정언 유착’으로 몰아가는 것은 오 시장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드러낼 뿐이다. 그래서야 ‘큰 정치’를 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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