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번째’ 출간…이미륵 작가의 ‘압록강은 흐른다’
한겨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이달 500번째를 출간했다. 국내 문학 출판계 단일 시리즈로는 국내 최초다.
민음사는 15일 자사의 ‘세계문학전집’ 500번째로 이미륵 작가의 ‘압록강은 흐른다’(안삼환 옮김)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는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첫번째 작품으로 출시한 이래 지난 28년 동안 38개국, 245명 작가의 394개 작품(도합 2300만부)을 간행해 왔다. 최근엔 인기를 구가 중인 민음사 유튜브 채널을 판로 삼아 고전문학 독자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창출하고 있다. 가령 교보문고의 올 상반기 ‘외국 소설’ 판매 30위권 내 12종이 이 시리즈의 책들이다. 창립회장 박맹호(1934~2017)의 바람대로다.
이 시리즈의 출범에 있어 박 회장은 1987년 상반기 스페인을 위시한 유럽 여행이 큰 각성이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서전에서 “(여행 때의) 생각이 쌓이고 쌓인 끝에 그로부터 10년 후 대학 시절부터 오랫동안 꿈꾸었던 ‘세계문학전집’을 마침내 시작하게 되었을 때 서두르지 않고 꼼꼼하게 작품을 고르고 번역의 질을 담보해 가면서 지금까지 꾸준하게 ‘건축’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라며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처럼,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역시 아마 내 사후에도 꾸준히 구축되어 한국 출판 사상 불멸의 금자탑을 이루리라고 믿는다”고 써뒀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일제 치하 경성의전 재학 중 3·1 운동에 나섰다가 검속을 피해 상하이 임시정부를 거쳐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1899~1950, 본명 이의경, 황해도 출신)의 자전적 소설이다. 전통과 근대가 충돌하며 자신의 한 세계가 소멸해 가는 순간이 고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포착된다. 1919년 11월, 그가 달밤 아래 쪽배로 건넌 강이 압록강이다. 이미륵은 망명 후 독일 여러 대학에서 의학·동물학 등을 공부하고, 뮌헨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학을 가르치던 와중인 1946년 이 작품을 독일어로 현지 출간했다. 초판 매진, 독일 교과서 수록 등의 기록과 함께 한국 디아스포라 문학의 성을 일거에 구축했으나, 독립 유공자로서 2024년 국립대전현충원에 봉환 안장되기까지 고국을 다시 밟은 적 없다.
‘압록강은 흐른다’를 1959년 국내 처음 소개한 이가 작가의 사후 독일 뮌헨대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전혜린(1934~1965)이다. 그의 부친이 친일 경찰 전봉덕(1910~1998)이었으니, 문학이 역사와 이처럼 얽히고 길항했다. 작품의 국내판은 이후로도 적지 않았으나, 이번엔 안삼환 명예교수(서울대 독문학과)의 번역으로 ‘원전 충실’을 지향했다. 고교 시절 자신에게 “소설가가 하나의 직업으로 가능하겠다”고 알려준 작품이 ‘압록강은 흐른다’였다고 안 교수는 말한 바 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100번째를 돌파할 때마다 국내 문학으로 매김했다. 100번째가 ‘춘향전’(2004), 400번째가 시인 김수영의 ‘시여, 침을 뱉어라’(2022)다. 민음사는 “500권 출간을 기념하며 ‘세계문학전집 이야기’도 출간했다”며 “전집의 첫 기획자부터 편집자, 번역가, 디자이너, 독자에 이르기까지 세계문학전집의 안팎을 가꾸어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다”고 소개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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