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을 내지 않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고액체납자에 대한 추적망이 아프리카로 넓어지고 있다. 국세청은 이달 초 세계 주요 선박 등록지국인 라이베리아와 징수공조 기반을 만든 데 이어 이번에는 서아프리카 금융·시장 거점인 가나와 협력 논의에 나섰다.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는 세무 불확실성을 줄이고, 해외 금융망을 이용한 은닉재산에는 공조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15일 세종에서 토마스 냐르코 암펨 가나 재무부 차관, 앤서니 콰시 사르퐁 가나 국세청장과 만나 양국 세정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3월 한·가나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협력 흐름을 세정 분야로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양국은 기술·디지털 혁신, 기후변화, 해양안보 분야 협력 문서를 채택했다.
국세청이 가나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커지는 교역과 시장 잠재력이 있다. 한국과 가나의 교역 규모는 2023년 2억1000만달러에서 2024년 2억4000만달러, 지난해 3억8000만달러로 늘었다. 가나는 금, 코코아,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하고 인구도 약 3500만명으로 서아프리카 진출의 거점 성격이 강하다.
임 청장은 회담에서 가나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정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나 측도 한국 기업에 대한 세정 지원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의 또 다른 축은 징수공조다. 임 청장은 가나가 서아프리카 지역의 금융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고액체납자가 가나 금융망을 은닉재산 도피처로 악용할 경우 적극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르퐁 청장도 징수공조 필요성에 공감했고, 양국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국세청은 5일 라이베리아 국세청과 정보교환, 징수공조, 역량강화 등 3건의 실무협정을 체결했다. 라이베리아가 세계 주요 선박 등록지국인 만큼 선박 등록과 해외 법인 구조를 이용한 역외탈세·재산은닉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가나와의 논의는 라이베리아에서 시작한 아프리카 세정망 확대 흐름을 금융·시장 거점으로 넓히는 성격이 있다.
K전자세정도 협력 의제로 올랐다. 국세청은 회담 직후 홈택스 기반 전자신고·납부 체계와 AI 챗봇 상담서비스 등 한국의 디지털 세정 전환 사례를 소개했다. 가나도 디지털 기반 세정 현대화 사업을 핵심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한국형 전자세정 모델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이미 부가가치세 챗봇을 시작으로 신고·신청 관련 챗봇 상담을 운영해 왔고, 생성형 AI와 음성 기반 상담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경험을 가나와 공유하면 현지 세정 역량 강화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신고·납부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세청은 앞으로 가나와 전자세정, 실무자 교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K세정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다. 또 아프리카를 포함한 주요 신흥국과 세정 파트너십을 넓혀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고, 체납자의 해외 은닉재산 환수를 위한 국제공조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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