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에 내실 강화…제약바이오, R&D 자회사 흡수합병 확산
이투데이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연구개발 자회사를 본사로 흡수합병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과거 별도 법인을 세워 외부 투자 유치와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던 전략에서 벗어나 비용 효율화와 재무 체력 강화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이는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더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필요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견 제약사를 중심으로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흡수합병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약가 우대 제도 개편에 맞춰 R&D 투자 비중 확대를 공식화했고, 제네릭의약품 중심 사업 구조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달 18일 휴온스는 이사회를 열고 휴온스글로벌의 자회사인 휴온스랩과의 합병 계약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휴온스가 존속회사로 남고 휴온스랩은 소멸하는 방식이다. 휴온스는 이번 합병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내재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휴온스는 앞서 지난달에도 그룹 내 바이오 연구개발 계열사인 휴온스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한 바 있다. 연이어 연구개발 자회사를 통합하며 조직 슬림화와 비용 절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합병 과정에서 승계 목적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나왔고 이에 대해 휴온스그룹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일동제약 역시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열고 신약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일동제약은 그동안 유노비아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진행해왔지만 연구개발 조직과 사업 조직을 일원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개발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HLB도 비슷한 흐름에 동참했다. HLB는 지난해 12월 연구개발 기능을 본사 중심으로 통합하기 위해 HLB사이언스를 합병했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조직 운영 최적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과거 바이오 업계 분위기와는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한동안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신약개발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서거나 기술특례상장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유행처럼 확산됐다. 실제 다수 기업이 R&D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투자금을 조달하고 독립적인 기업가치 평가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본시장 침체와 바이오 투자 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임상 비용 부담은 커지는 반면 투자 유치는 어려워졌고 수익성 확보 압박도 커지면서 R&D 조직을 다시 본사로 통합하는 사례가 느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의 약가 정책 변화가 크게 영향을 줬다. 정부는 최근 제약사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 등을 약가 우대 기준에 반영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제네릭 중심 사업은 약가 인하 압박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점차 악화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구개발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두는 것이 투자 유치나 상장 측면에서 유리했지만 지금은 비용 통제와 실질적 수익성 확보가 더 중요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며 “약가 우대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연결 기준이 아닌 본사 기준 연구개발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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