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AI에 물었더니 '탱크데이' 나왔다…검수 공백 '민낯'
머니투데이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논란이 단순 마케팅 실수를 넘어, 기업의 생성형 AI 활용 방식과 검수 체계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AI가 만든 결과물을 어떤 기준으로 검토하고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내부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6일 스타벅스코리아 내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관련 직원들이 문제의 문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AI에 물어봤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고의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해임됐고 관련 직원 5명은 직무에서 배제됐다. 신세계 측은 마케팅 승인 과정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8일 진행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프로모션에서 비롯됐다. '탱크백' 상품을 앞세운 행사였지만,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과 날짜가 겹치면서 계엄군의 탱크 진입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더해지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해당 표현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당국의 해명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스타벅스 측 설명에 따르면, 실무진은 상품을 강조하는 표현인 "가방에 쏙"과 비슷한 리듬의 문구를 찾기 위해 AI의 제안을 참고했다. AI가 제시한 표현의 사회적 맥락과 역사적 함의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사용되면서 논란으로 이어졌다.
생성형 AI는 문맥상 자연스럽고 눈에 띄는 문장을 만드는 데 강점을 보인다. AI는 단어의 연결을 최적화한다. 온라인 상 어디선가 나왔던 패턴이나 정보를 활용하지만 출처를 특정하긴 어렵다. 특정 날짜가 가진 의미나 사회적 기억, 역사적 상징까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어떤 집단에게 상처가 될지까지 이해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AI가 만든 초안을 그대로 신뢰하거나, 단순 오탈자 점검 수준의 검토에 그친다면 비슷한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검수'가 중요한 이유다.
AI 검수 실패 사례는 해외에서도 있었다. 맥도날드 네덜란드는 지난해 말 AI로 제작한 크리스마스 광고를 공개했다가 "가장 끔찍한 광고"라는 혹평이 쏟아지자 결국 비공개 처리했다. 기괴한 등장인물과 어색한 장면 전환이 고스란히 노출됐음에도 사전 검수를 통과한 것이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 생성형 AI 활용도는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유통·플랫폼 기업들은 마케팅 문안 작성, 광고 이미지 제작, 고객 응대 등에 AI를 적극 도입한다. 업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도 줄어든다. 하지만 AI가 만든 결과물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최종 확인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번 사태는 기업의 'AI 거버넌스'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AI 활용 여부를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최종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AI가 초안을 만들었더라도 외부에 공개된 순간 그 책임은 기업에 있다. 특히 마케팅처럼 사회적 반응이 즉각 나타나는 분야일수록 역사·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표현을 별도로 점검하는 검수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AI로 초안을 만드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라며 "문제는 검수 과정인데, 대부분 기업은 표현이나 사실관계만 확인할 뿐 사회적 민감성이나 시대적 맥락까지 검토하는 체계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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