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와 악화한 소비자·여론 돌리기 등 사태 수습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 번이나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에 큰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 광주 지역의 여론이 특히 나쁘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 회장의 공개 사과에 대해 “사과도 진상규명도 책임도 모두 빠진 3무(無) 기자회견”이라고 비판했다. 강 시장은 “(정 회장은) 사과한다면서도 직원을 방패 삼아 그 뒤에 숨었다.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 책임은 어떻게 질지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이탈은 현실화 중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7년간 지켜온 카카오톡 선물하기 교환권 부문 1위 자리를 배달의민족에 내줬다. 잔액의 60% 이상을 써야 환불이 가능한 선불충전금 약관에 대한 불만도 빗발치자, 조건없는 100% 환불을 내달 1일부터 2주간 단행한다.
정 회장의 사과를 둘러싼 비판이 여전한 것은 구체적인 책임에 대한 부분이 빠졌고, 핵심 의혹에 대한 검증도 미비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면서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한편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의 기준도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 실천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마케팅 관련 직원 직무배제, 대표이사와 담당임원 해임 등 인사 조치만 언급됐을 뿐이다. 자체조사 규명도 한계가 분명해, ‘진실을 알고자 했던’ 여론을 진화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재발 방지책에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회성 시스템 보강이 아니라 마케팅 전 과정에 걸친 윤리검증 체계를 새로 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부 직원이 아닌 제3자로 구성된 위원회가 마케팅을 최종 검수하고, 위원회에서 결재한 내용만 실행되도록 실권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본지 자문위원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기업 전 단계에 한층 높은 윤리 잣대를 도입하고, 최고 수준의 이마트 윤리강령을 새로 만들어 사회적 민감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 회장과 신세계그룹의 ‘진정성 있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브랜드 이미지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교수는 “특정 정치 진영에서 선호될 만한 언행이나 마케팅은 브랜드에 좋지 않은 만큼, 정 회장과 신세계그룹이 정치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정 회장이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은 논란을 둘러싼 의구심을 푸는 데 유의미했다”면서도 “정 회장이 빠르게 광주를 찾아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내부 시스템 개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함께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사과문에서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며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룹이 약속한 시스템 개선과 책임 이행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소비자와 사회와 이를 소통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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