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이 서울 종묘 앞 재개발 사업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고 서울시에 명령했다. 세운4구역 고층 재개발을 둘러싸고 반년 넘게 갈등을 빚어온 끝에 내린 첫 행정적 조치로, 이후 양쪽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6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종로구청에 ‘세계유산 종묘와 그 역사문화 환경 보호에 필요한 조치 이행 명령’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고 7일 밝혔다. 세운4구역 사업시행자인 에스에이치(SH)에는 재개발 사업이 종묘에 미칠 영향을 평가받은 뒤 사업 계획을 보완하라고 명령했다. 또 서울시와 종로구청에는 세계유산영향평가와 검토 절차가 모두 끝난 뒤 사업시행 인가 절차를 밟으라고 지적하며 필요한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현행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장은 세계유산과 그 역사문화환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는 자에게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명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이 종묘와 관련해 이행 명령을 명시한 공문을 보낸 건 처음이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서울시와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사업시행 인가를 앞둔 상황을 고려해 ‘행정 명령’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올해 3월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를 열어 세운4구역 사업을 ‘조건부 의결’로 결정했으며, 사업 계획을 최종 확정하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운4구역 일대는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에 지정된 뒤 서울시가 재개발을 추진했으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역사 경관 보존을 놓고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와 계속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2018년 서울시와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은 건립할 건물 높이를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협의했으나, 지난해 서울시는 최고 145m로 크게 올린 조정안을 일방적으로 공표하면서 역사 경관 파괴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