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반도체(DS) 부문 수익성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파업 리스크와 생산 차질 우려가 반영되며 증권가에서는 DS 부문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DS 부문의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기존 72.4%에서 68.9%로 3.5%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DS 부문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316조7000억원으로 기존 대비 8000억원 낮췄다. 2분기 조정치는 규모가 더 크다. 영업이익률은 71.9%에서 67.4%로 4.5%p 낮췄고 영업이익은 74조원에서 72조5000억원으로 2조원이나 내렸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상여금 관련 충당금 경우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므로 반영되지 않았음을 밝혔다”며 “노사 협의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지만 잠재적 수익성 약화 가능성을 일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상여금 관련 노사 협상 결과에 따라 2분기에 충당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노조 파업이 단기 변수이나 메모리 호황의 강도와 지속성을 감안했을 경우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더 우려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과 AI 메모리 공급 확대를 추진하며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 AI 반도체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는 시점에서 노사 갈등으로 투자와 생산 일정이 흔들릴 경우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에 돌입하며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고객사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고객사들이 공급망 안정성을 이유로 경쟁사 물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HBM 시장은 단순 생산량 경쟁이 아니라 고객사 신뢰와 공급 안정성 경쟁”이라며 “파업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은 투자와 양산 타이밍이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노조의 불법 파업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회사 측은 생산라인 점거와 안전시설 운영 방해, 협박성 파업 참여 강요 등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을 넘어 국가 핵심 산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정 특성상 생산라인 일부만 중단돼도 전체 공정이 멈출 가능성이 높다. 클린룸 환경이 무너지면 공정 중인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하고 설비 재가동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 파업 현실화 시 피해 규모가 30조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황만 보면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투자 속도와 고객 신뢰 모두 흔들릴 수 있다”며 “지금은 수익성보다 공급 안정성과 투자 실행력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전날 사내 게시판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노사 모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임직원에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