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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폭발로 지하 주차장에 불이 난 긴박한 상황에서 60대 택시 기사가 소화기 4대를 이용해 대형 참사를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6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 2월 5일 오전 3시 12분께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지하 3층 주차장에서 주차된 차에서 불이 났다.
당시 택시 기사 정진행 씨(61·남)는 퇴근 후 차량을 주차하고 내리던 중 주차장 내부에 울려 퍼진 폭발음을 들었다.
정 씨는 "차에서 내리려는데 '펑'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 주변을 둘러봤다. 자동차 아래쪽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가까이가 확인했더니 불꽃이 튀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한 뒤 주차장 기둥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초기 진화에 나섰다.
정 씨는 "119에 신고하면서 위치를 알린 뒤 바로 소화기를 가져와 사용했다. 소화기 하나는 금방 소진돼 기둥 사이를 오가며 4개 정도를 번갈아 썼다"고 부연했다. 또 "불이 엔진룸 아래쪽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여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분사했다"라고도 말했다.
진화하는 중에도 차량에서는 크고 작은 폭발음이 이어졌고, 불이 인접 차량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었다.
정 씨는 "소화기를 쓰는 동안에도 폭발음이 계속 나 위험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차들이 가까이 붙어 있어 불이 번지지 않도록 막는 데 집중했다. 소화기를 한 번 쓰고 다시 가져오고를 반복하면서 불이 커지지 않게 계속 눌렀다"고 회상했다.
화재 발생 약 2분 뒤 관리원이 도착해 소방대 진입을 도왔고, 정 씨는 현장에서 화재 위치와 주차장 구조를 안내했다.
지하 3층 구조상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출동한 소방대는 호스를 전개해 엔진룸 내부 잔존 화염을 진압하고 배연 및 상층부 인명 검색을 실시했다.
이번 화재는 차량 ABS(Anti-lock Braking System, 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에서 발생한 전기적 요인(트래킹)으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은 "전기차가 아닌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서도 전기 계통 이상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정 씨의 초기 대응이 화재 확산을 막았다고 봤다. 실제로 피해는 화재 발생 차 1대와 인근 차 2대 일부에 그쳤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 관계자는 "새벽 시간대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발견이 늦어질 경우 연기 확산과 차량 연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민의 신속한 판단과 초기 대응으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동소방서는 6일 화재 확산을 막은 공로를 인정해 정 씨에게 화재 진압 유공 표창을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