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7000선을 단숨에 뚫고 7300선까지 치솟았지만, 시장 자금은 환호만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개인은 빚을 내 상승장에 올라탔고, 공매도·대차거래 잔고도 함께 불어나며 하락 대비 자금도 빠르게 쌓였다. 지수가 새 역사를 쓰는 사이 ‘추격 매수’와 ‘고점 경계’가 동시에 커지는 불안한 불장이 펼쳐지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6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363.15포인트(5.23%) 오른 7300.14를 기록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56.02포인트(2.25%) 오른 7093.01로 출발하며 개장과 동시에 7000선을 넘어섰다. 지난 2월 25일 사상 처음 6000선을 돌파한 지 2개월여 만에 7000선을 넘어선 것이다.
지수 상승장 속 개인의 레버리지 자금도 더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682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36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 충격 이후 한때 줄었던 빚투가 빠르게 되살아난 점도 눈에 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기존 고점이던 3월 5일 33조6945억원을 넘어섰고, 지난달 3일 32조4440억원까지 줄었던 잔고는 한 달도 안 돼 36조원대로 불어났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금액이다. 주가 상승을 기대한 자금인 만큼 강세장에서는 지수 탄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지수가 급락하면 반대매매 물량으로 되돌아와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7000선을 넘어 7300선까지 치고 올라오자 상승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포모성 자금이 레버리지를 타고 다시 들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 대기자금도 빠르게 불었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9일 기준 129조732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127조4134억원에서 하루 만에 2조3187억원 늘며 13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지수 고점 경신 과정에서 추가 매수 대기 자금까지 두텁게 쌓인 셈이다.
반면 하락에 대비하는 자금도 동시에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순보유잔고는 지난달 27일 20조5083억원, 28일 20조388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공매도 잔고가 20조원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기간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 실제 하락 베팅 잔액도 사상 최고치권으로 불어난 것이다.
공매도는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려 미리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 갚는 방식이다. 공매도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고점 부담과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지션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종목별로는 지난달 28일 기준 한미반도체의 공매도 순보유잔고가 1조9348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현대차 1조8863억원, HD현대중공업 1조5757억원, LG에너지솔루션 1조3903억원, 미래에셋증권 9357억원, 포스코퓨처엠 7694억원, SK하이닉스 682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2차전지 등 최근 증시 주도주에도 공매도 잔고가 쌓인 셈이다.
공매도의 실탄으로 불리는 대차거래 잔고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대차거래 잔고는 174조86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 173조8979억원에서 더 불어나며 175조원에 육박했다. 지난달 1일 149조4179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25조원 넘게 증가했다.
대차거래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이다. 공매도나 헤지 거래에 활용될 수 있어 잔고 증가는 향후 주가 하락에 대비하는 수요가 커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지수가 신고가를 쓰는 동안 시장 한쪽에서는 고점 부담을 의식한 방어적 포지션도 빠르게 쌓였다.
결국 이번 장세는 단순한 위험선호 확대만으로 보기 어렵다. 개인은 빚을 내 상승장에 올라타고, 공매도와 대차거래 자금은 조정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빚투는 상승장에서는 지수 탄력을 키우지만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반대매매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불장일수록 레버리지와 헤지 자금이 함께 불어나는 만큼 수급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