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일장, 슬픈 장례식인가 스마트 장례식인가④ '조용한 장례'
사흘간 빈소를 지키는 '3일장'은 한국 장례 문화의 표준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장례 기간을 줄이거나 빈소를 차리지 않는 '작은 장례'가 확산하고 있다. 가족 구조 변화와 비용 부담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변화다. 시대의 흐름이라는 평가와 함께 고인을 기리는 마음까지 옅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변화하는 장례 문화의 현주소와 의미를 되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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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장례 문화 간소화 흐름이 나타났다. 저출산·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조용한 장례'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유사한 인구 변화 흐름을 겪는 한국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4일 일본 최대 장례 플랫폼 기업 '가마쿠라 신쇼(Kamakura Shinsho)'에 따르면 가족만 친인척만 조문하는 '가족장'은 2024년 기준 전체 장례의 절반을 차지했다. 2015년(31.3%)과 비교하면 비중은 18.7%p(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하루 장례'(1일장) 비중은 3.9%에서 10.2%로 확대됐다. 빈소가 없는 '직장(直葬)·화장식' 비중도 10% 수준에 달한다. 일본 한 업체는 2017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조문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장'을 도입하는 등 형식 자체를 바꾸는 시도도 이어진다.
반면 3일장으로 통용되는 '일반 장례' 비중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58.9%에서 30.1%로 줄었다. 장례 절차를 간소화하는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은 결과다.
변화는 일본 내 저출산·초고령화, 1인 가구 증가라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일본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70만5809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일본 국민 3명 중 1명꼴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도 지난해 2만건을 넘겼다.
비용 부담도 중요한 요인이다. 2024년 기준 일반장 평균 비용은 161만3000엔(약 1500만원)에 이른다. 반면 가족장은 이보다 50만엔 가까이 적고 직장은 일반장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장례를 간소화할수록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일본에서는 사망 후 묘지를 관리할 친·인척이 없고 관리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묘지를 정리하고 디지털 장례로 바꾸는 새로운 트렌드도 나타났다. 일본 전국적으로 연간 10만건 이상 묘지 정리 신청이 접수되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가상 장례식을 열거나, 생전 합장묘에 같이 묻힐 이른바 '무덤 친구'를 찾기 위해 모임에 나서는 등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는 '종활(終活)' 문화도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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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폭증"…일본 따라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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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인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다. 2052년에는 고령자 가구 10곳 중 4곳이 독거노인이라는 전망도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무연고 사망자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무연고 시신은 6366명으로 12년 전보다 약 6배 증가했다. 1인 가구 증가와 비용 부담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무빈소 장례를 치르거나 염습 절차를 생략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일본과 유사한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학과장은 "국내에서도 직접 조문보다는 화한이나 부조금을 보내 마음을 표현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며 "형식보다 고인과 이별을 진정성 있게 준비하는 '효율적인 소비' 흐름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장례 간소화에 맞춘 제도 정비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학과장은 "IT 업계에서 장례 분야와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사회가 머지않았기 때문에 예치금을 안전히 보관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