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올해 1분기 잇따라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원료 수급 불안이 커졌지만, 오히려 제품 스프레드가 개선되면서 단기 수익성이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다. 다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글로벌 공급 부담도 이어지고 있어 업황의 구조적 회복으로 보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기준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9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3개월 기준 영업손실 1388억원,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4339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의 개선세다. 시장 전망대로 실적이 확정될 경우 2022년부터 4년여간 이어온 적자 흐름을 끊어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 1650억원을 올리며 직전 분기 2390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해 2년 반 만에 흑자를 냈고 SKC 화학 사업도 96억원 흑자를 거뒀다.
중동 전쟁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악화일로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서 원유와 나프타 등 원료 수급 불안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원료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됐다.
우려와 달리 상황은 빠르게 반전됐다. 원료와 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나타난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 덕이다. 전쟁 전 낮은 가격에 사들인 원료를 투입해 만든 제품을 고가에 판매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비용 절감과 고부가 중심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 비핵심 자산 매각 등 업계의 자구책도 실적 회복을 뒷받침했다.
이와 함께 나프타 수입선 다변화, 정부의 재정 지원 등 수급 안정화 조치도 병행되며 NCC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은 전쟁 이후 73% 수준이던 가동률을 83%로 상향 조정했다. 여천NCC는 60%에서 65%, 대한유화는 62%에서 72%로 각각 높였다. LG화학도 2분기 평균 가동률을 7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를 구조적 반등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NCC 가동률 조정 역시 수요 회복보다는 수급 안정 대응 성격이 강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공급 부담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래깅효과가 소멸되고 상승한 나프타 가격이 반영되면 수익성이 다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망 정상화 과정에서 업계가 추진하는 구조개편 작업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대산 2호(LG화학·한화토탈), 여수 2호(LG화학·GS칼텍스) 논의가 진행 중이나 상반기를 지나야 최종 계획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며, 울산 1호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영향을 반영하려면 더 늦어질 수 있다”면서 “중동 리스크 대응 과정에서 정부의 우선순위가 변경될 수 있는 점도 개편 속도를 늦추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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