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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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실천을 찾기 위해 부산으로 갑니다."
레토릭(정치적 수사)이지만 마냥 레토릭처럼 보이지 않는 건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부산북구갑 재보궐선거 후보(전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비서관)의 이력 때문이다. 하 수석은 청와대 호출을 받기 전까지 네이버에서 AI(인공지능) 연구를 이끌었다.
이재명정부는 AI정부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AI에 집중하며 출발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LG AI연구소 출신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입각하기 직전에 쓴 책이 'AI 코리아'다. 그런데 AI 총괄이 금배지를 달겠다고 사표를 내고 나섰다. 청와대 공백은 어쩌냐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럼에도 하 수석의 결심에 눈길이 가는 것은 그의 행보가 여당의 요청과 청와대의 응답의 프로세스를 거쳤기 때문이다. 여당과 청와대가 합작해 만든 재보궐 후보가 하정우란 얘기다.
이 대통령은 하 수석을 내주며 못내 아쉬워했다. 대통령이 결국 그를 내줬다는 건 당선만 된다면 국회에 꼭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올해 선거가 6·3 지방선거만 있는 게 아니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가 뽑힌다. 2년 후 총선 여당 공천권을 쥐는 막강한 권력이 정해지는 선거다. 그 전엔 원내대표가 선출된다. 한병도 전 원내대표가 재추대될 예정인데 역시 하반기 국회 원구성을 좌우하는 자리다.
두 선거 사이엔 국회의장 선거가 있다. 여야가 다투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민생법안들을 최종 통과시키는데 국회의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보면 올해는 선거의 해다. 매 선거마다 여당 국회의원 160여명과 청와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다. 각자 입장과 득실이 있고 셈법이 있다. '당청 갈등은 없다'는게 청와대와 여당의 공식 입장이지만 이런 시국에 갈등이 없을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안다.
매 사안에 의견이 같다면 오히려 문제다. 갈등이 없는 게 능사가 아니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핵심이다. 이 가운데 '당청 합작'으로 만들어진 후보가 갖는 의미는 적잖다. 명분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우리 국회의 AI 전문성 확보다. 따지고 보면 그가 부산으로 걸어간 길이 이번 재보궐에서 가장 신선하고 모범적인 문법이다.
성장엔진이 꺼져가는 도시 부산에 가장 필요한 게 젊음과 첨단기술이란 점에서, 49세인 그가 갖는 세대 대표성도 상당하다.
덥수룩한 머리에 알이 큰 안경을 쓰고 부산 시민들을 만나는 하정우를 보며 몇 가지 자문해본다. 정치는 과연 정치인만의 영역인가. 국회는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얼마나 전문성 있게 고민했나. 또 국회는 어떻게 첨단과학기술 전문성을 축적하고 활용하고 있나.
이 많은 질문에 하정우만이 답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당과 청와대가 합작해 정치에 전문성을 더하는 행보가 축적된다면 답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 하정우는 그런 실마리가 돼 줄 수 있을까. 그래만 준다면 악수하고 손 턴 건 잊어버려줄 용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