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서울 시내버스 파업의 불씨가 됐던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하면서, 실제 근로시간보다 긴 노사가 합의한 ‘보장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추가 수당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서울시내 버스기사들의 임금 인상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버스 준공영제’(지자체가 민간 운수업체의 적자분을 보전)를 도입한 서울시의 경우 재정 부담 증가로 버스요금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숙연)는 30일 서울의 시내버스 회사 동아운수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의 원심을 일부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2심)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부분은 유지됐으나, 노동자들이 패소한 부분 중 일부를 파기했다.
대법원은 2심이 ‘간주 근로시간’이 아닌 실제 근로시간만큼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판결한 부분에 대해 ‘법리 오해가 있다’고 판단했다. 간주 근로시간은 실제 연장·야간근로시간과 관계없이 노사 합의에 따라 일정 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뜻한다. 동아운수 버스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은 간주 근로시간에 미치지 못했는데, 2심은 간주 근로시간이 아닌 실제 근로시간에 대해서만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상여금을 반영한 통상시급을 재산정하고 그에 따른 미지급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산정할 때 원고들의 연장·야간근로시간이 보장시간에 미달하더라도 그 보장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이 사라진 대법원 판례가 시내버스 회사에 적용된 첫 사례로, 전국 시내버스 회사의 임금 체계 개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지난 1월 ‘역대 최장기간 파업’에 들어가는 등 임금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겪다가 ‘임금 2.9% 인상’에 합의하고, 동아운수 2심 판결 취지에 맞춘 임금 체계 개편은 법원 판결 확정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이 버스기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회사에 다시 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금 인상과 함께 버스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서울 시내버스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므로 서울시의 재정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앞서 임금 인상 폭을 최소 7%, 최대 16%로 추정했다. 서울시는 2004년부터 시내버스 모든 노선 수입을 공동 관리하며 민간 회사의 적자를 보전해주고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이윤을 보장하는 준공영제를 운용 중이다.
시 관계자는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함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요금 인상에 대해선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버스노조)은 성명을 내어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즉시 체불임금을 청산하라”고 촉구했다.
오연서 박현정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