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와 씨유(CU) 원청이 29일 잠정 합의를 이뤄내면서, 화물노동자가 숨지는 극한 갈등까지 갔던 ‘씨유 사태’가 일단락됐다.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된 뒤, 원청 사업주와 하청노조가 합의안을 마련한 첫 사례로,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와 씨유의 물류 자회사 비지에프(BGF)로지스는 이날 새벽 5시 경남 진주에 있는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핵심 쟁점이던 운송료 인상과 휴무 확대 등에 잠정 합의를 했다.
지난 5일 파업에 들어간 뒤 꽉 막혀 있던 원·하청 교섭은 지난 20일 씨유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집회를 하던 화물연대 서아무개 조합원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씨유 원청과 화물연대는 상견례를 포함해 총 다섯차례 교섭 끝에 접점을 찾았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에 이어 전날에도 진주를 찾아 양쪽의 교섭을 중재했다.
화물연대와 씨유 쪽은 운송료, 휴무, 노조 활동 보장 등에 의견을 모았다. 노란봉투법을 통한 원·하청 교섭에선 어떤 것을 논의하고 합의할지가 변수인데, 화물연대가 의제를 크게 넓혀놨다. 현재 상당수 하청노조들은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가능성이 큰 산업안전을 중심으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합의서에선 씨유 화물노동자에 대해 기존 유급 휴무 이외 분기별 1회 유급휴가를 추가로 보장하기로 했다. 휴무를 더 늘리기 위해 앞으로도 논의를 하겠다는 내용이 합의서에 담겼다. 씨유 화물노동자들은 주 1일 휴무로 하루 12~13시간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화물노동자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본 운송료도 올해 7% 인상하고, 계절적 요인(폭설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화물연대의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 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그동안 화물연대는 노동부의 노조 설립 신고 필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외 노조’ 취급을 받아, 노조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
다음달엔 화물노동자의 휴식권·안전 등을 보장하기 위한 물류센터별 합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편의점 씨유는 ‘비지에프리테일→비지에프로지스→지역 물류센터→하청 운송사→배송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라, 화물노동자들의 처우가 심각하고 개선도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에 교섭 의제가 사실상 임금과 노동 조건, 노조 활동까지 확 넓어졌다”며 “근로계약이라는 형식이 아닌 실질적 지배력이 중요한 노란봉투법 취지에 맞게 원청은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를 두고 사실상 화물연대의 요구안이 대부분 수용됐다는 평가다. 특히 화물연대 택배노동자들은 지난 2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또 다른 원청인 씨제이(CJ)대한통운과 한진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로 교섭 대상이라는 결정이 나오는 성과도 얻어냈다. 특수고용노동자가 노란봉투법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뿐만 아니라 화물연대의 ‘법외 노조’ 논란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한편 화물연대와 씨유 쪽은 이날 합의서에 최종 서명을 하는 조인식을 예정했지만, 미뤄진 상태다. 박연수 화물연대 기획실장은 “숨진 서아무개 조합원과 관련된 요구안 부분을 마지막으로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권효중 박다해 기자 harr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