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아이엔시(Inc·쿠팡 미국 법인) 이사회 의장의 지난해 보수가 전년 대비 55%가량 인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장과 직원 간 보수 격차는 2024년 58배에서 1년 새 95배로 확대됐다. 지난해 11월 3370만여명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내는 등 기업 위기 상황 속에서도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의장 개인을 위한 보안 비용과 보수를 늘릴 것을 두고, ‘책임 경영’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6년 위임장권유신고서(proxy statement)를 보면, 김범석 의장은 2025년 한 해 동안 총 320만 9542달러(약 45억6465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이는 2024년 수령액인 207만1499달러(약 28억2548만원) 대비 약 55%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345억3400만달러(약 49조1149억원)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영업이익은 4억7300만달러(약 6727억원)로 전년 대비 약 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억1400만달러(약 3043억원)로 전년 대비 224% 급증했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 성장의 과실이 직원들의 처우 개선보다는 총수 일가의 보수 증액과 개인 보안 강화에 집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총보수가 급증한 주된 원인은 ‘기타 보상 항목’의 증가다. 특히 2024년 60만7664달러(약 8억2884만원)였던 ‘보안‧교통비’는 2025년 171만6155달러(약 24억4075만원)로 전년 대비 182%나 뛰었다. 일 년 새 의장 개인의 신변 보호를 위한 비용 지출을 약 3배로 늘린 셈이다. 세금을 회사가 대신 내주는 ‘세금 보전’ 비용도 10만5996달러(약 1억4458만원)에서 20만3929달러(약 2억9004만원)로 거의 두배로 늘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대규모 보안 사고 등 경영 위기에 직면했을 때, 경영진이 보수 인상을 자제하며 고통 분담에 나서는 것이 책임 경영의 기본”이라며 “김 의장의 보수 내역을 보면, 시장의 상식과 신뢰를 저해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총수의 실익을 우선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김 의장과 직원 간 보수 격차는 2024년 58배에서 2025년 95배로 확대됐다. 쿠팡 직원 급여 중간값은 2024년 3만5545달러(약 4849만원)에서 2025년 3만3831달러(약 4811만원)로 약 5% 줄어든 반면, 김 의장의 총 보수는 같은 기간 55%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수천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위기의 해에, 최고경영자는 도리어 전년보다 훨씬 큰 보수를 챙기며 직원과의 격차를 벌린 셈이다.
신고서의 ‘관련인 거래’ 항목에는 김 의장 동생인 김유석씨와 그의 배우자에 대한 보수도 공시됐다. 김유석씨는 2025년 급여‧보너스‧주재원 혜택으로 약 49만1151달러(약 6억9852만원)를 받았고,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4만1510주를 추가로 받았다. 2024년(43만달러, 약 5억8651만원)보다 현금 보수가 약 14% 늘었다. 김유석씨의 배우자는 급여‧보너스‧주재원 혜택으로 약 29만9629달러(약 4억2614만원)를 수령하고 양도제한조건부주식 8491주를 받았다. 2024년(26만3000달러, 약 3억5872만원)보다 현금 보수가 약 14% 늘었다. 신고서에는 이들이 김 의장과 같은 가구에 속하지 않은 비임원진이며, 보상 역시 동일 직급의 일반 직원과 같은 기준에 따라 지급된다고 명시됐다.
한편,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 지 5년 만에 동일인(총수)을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