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2020년 4월)→검찰 무혐의(2024년 10월)→특검 기소(2025년 8월)→1심 무죄(2026년 1월)→2심 유죄.’
2020년 4월 고발된 뒤 6년간 검찰 불기소 처분과 항고,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기소로 이어지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과 관련한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했고 단순히 방조한 것을 넘어서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며 1심 무죄 판단 부분을 전부 뒤집었다.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신종오)는 28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일 것을 방조한 것을 넘어 적극 가담했다’며 주가조작 공범임이 넉넉하게 인정된다고 보았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일부 기간 범죄는 공소시효 도과를 이유로 면소, 나머지 행위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에 주식계좌를 맡겨 주식을 매수한 행위가 모두 ‘독자적 판단’이라고 봤지만, 2심은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으로 부당이득을 얻겠다는 의사가 있었다면서 범죄 가담 의사가 적극적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 2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에 본인 자금과 미래에셋대우 계좌를 제공한 날 미래에셋대우 직원에게 ‘사무실 전화는 녹음되니 휴대전화로 통화하자’고 말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주가조작 일당들이 지정한 시점에 매도한 것에 대해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으로 꾸미려는 목적의 통정매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를 “공모관계 밖의 외부자”라고 보고, 공범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단도 2심은 정면 반박했다. 1심은 주가조작 일당인 블랙펄인베스트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의 거래 목적을 김 여사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며 이를 김 여사가 범행에서 배제된 증거라고 봤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에게 거래 목적을 그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하여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공모관계의 존재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1심 무죄 판결 뒤 항소하면서 김 여사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방조’를 넘어 ‘공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여사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2심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인 2022년 4월 전달된 샤넬 가방은 ‘김 여사가 통일교의 청탁 목적을 인식하고 받은 것’이라면서 1심의 알선수재 혐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대통령 부인의 지위에서 통일교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1심은 통일교 쪽의 청탁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샤넬 가방 전달자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시점에 ‘통일교의 청탁 대가’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근거로 전씨와 김 여사가 금품 전달 이전에 나눈 통화에서 ‘통일교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사실’, ‘통일교가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거라는 사실’을 서로 언급한 점을 들었다.
1심에서 무죄로 선고된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바뀌면서 김 여사의 형량은 징역 4년으로 가중됐다. 2심 재판부는 주가조작 범죄와 관련해선 김 여사가 죄책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선 국가 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된 점을 불리한 양형 사유로 삼았다. 다만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한 전체 기간이 짧고, 통일교 쪽의 청탁을 실행에 옮기지 않은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했다. 김 여사 쪽은 이날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