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제 도입 이후 첫 심판대에 녹십자의 입찰담합 관련 행정소송 사건을 올리면서 헌재 전원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이 사건이 헌재의 까다로운 사전심사를 뚫고 재판소원 1호 본안 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건 청구 사유 가운데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로 관측된다. 이때문에 녹십자의 입찰담합이라는 동일한 사안을 두고 대법원이 형사 사건과 행정소송에서 엇갈린 판단을 내놓은 것을 두고 헌재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녹십자는 2017~2019년 질병관리청이 발주한 백신 구매 입찰 3건의 입찰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억3500만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 등을 받은 것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으로 녹십자는 입찰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까지 됐다. 형사 사건의 1심 재판부는 2023년 2월 녹십자에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2024년 7월 1심을 깨고 무죄로 판단했다. 질병관리청이 형식적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한 측면이 커서 실질적 경쟁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경쟁제한성이 부정된다고 본 것이다. 경쟁제한성은 특정 사업자의 행위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2심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반면 재판소원 청구 대상이 된 행정소송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공정거래 관련 행정 사건은 서울고법이 판단하고 대법원으로 넘어가는 2심제 구조인데, 서울고법은 2025년 10월 과징금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는 녹십자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녹십자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2월 본격 심리를 하지 않고 원심을 수긍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했다. 녹십자 쪽 패소가 확정된 것이다.
헌재 전원재판부에서는 형사 사건과 행정소송 결과가 서로 다른 것이 합당했는지 등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쟁제한성에 대한 두 사건의 ‘해석 차이’ 부분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행정소송 판결이 심리불속행(별도 심리 없이 판결로 상고를 기각) 기각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는 “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할 경우” 심리불속행 기각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의 형사 사건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이와 배치되는 결론의 행정소송 사건을 심리불속행 기각한 것이 정당한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