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가족기업들이 대규모 세대교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상당수가 생존이나 승계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기업 현장에서 승계를 둘러싼 문제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가족기업은 전 세계 기업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에서도 비슷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대형 상장사의 약 25%는 가족이나 친척이 최소 20% 이상의 지분이나 의결권을 보유한 채 승계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륙별로는 미국이 16개 중 1개, 유럽은 7개 중 1개, 아시아는 3개 중 1개꼴로 대형 상장사가 가족기업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율은 지속해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자녀 수 감소와 경영 기피 현상이 겹치며 후계자 부족 문제로 인한 승계 기반 약화 문제가 지속 증가하고 있어서다.
패션업체 창업자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명확한 후계자 없이 사망하며 복잡한 유언을 남기며 기업 후계 구도에 혼란을 일으켰고, 일부 기업에서는 자녀가 경영 승계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이에 따라 가족기업들은 어릴 때부터 후계자와 기업 간 유대를 강화하거나 성인이 된 이후 사업 성과로 능력을 검증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공식적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가족기업 자문사 랜드버그거식어드바이저스의 제레미 챙 자문가는 “가족 사이에 아무런 갈등이 없다는 말은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초기부터 체계적인 승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글로벌 기업은 외부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것을 대체 방안으로 검토하기도 한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매출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이상 미국 비상장 가족기업 중 차기 최고경영자(CEO)가 친족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한 번이라도 가족이 아닌 사람을 CEO로 임명한 기업의 75%는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배구조 변화도 기업의 소유권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독일의 IFO경제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기업 상속자의 23%가 기업 매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0년 조사 당시 14% 대비 늘어난 수치다.
창업자 가족이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다른 수단으로는 기업 공개(IPO) 활용이 주로 거론된다. 실제 일부 창업자 가족은 이중 의결권 구조 등을 통해 상장 이후에도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시도했다가 투자자들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지배권을 내려놓을 의향이 있는 창업자 가족은 사모펀드나 경쟁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영국의 투자회사 슈로더는 미국의 경쟁사에 기업을 매각하며 약 200년에 걸친 가족경영을 끝냈다.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수십 년간 가족기업이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이 점차 가중되며 매각이나 외부경영 확대가 더 일반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