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질주하는 것 같다.”(기자)
“새로운 일은 늘 활력을 준다.”(조현재 회장)
조현재 대한피클볼협회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냈고,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문체부 국제체육과장 일을 맡은 뒤 줄곧 스포츠 정책 부문에 투신한 행정의 달인으로 볼 수 있다. 그가 이번엔 맨땅에서부터 일을 도모하고 있다.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피클볼 확산을 위한 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15일 서울 강남구 대한피클볼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후배들의 요청으로 피클볼협회 회장이 됐는데, 이왕 시작한 것 한국 스포츠 종목 단체의 대표적인 성장 모델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스포츠마케팅 전문 와우스포츠매니먼트그룹과 계약을 체결한 것도 장기 발전 전략에서 나왔다.
피클볼은 1960년대 미국에서 탄생해 역사가 길지 않지만,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미국내 피클볼 인구는 3천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아시아에서는 중국,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는 2016년 연세대 체육과 교수를 중심으로 도입됐는데, 대한피클볼협회가 사단법인으로 정식 인가를 받아 조현재 회장 체제로 출범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이후 5개월 국내 피클볼 지형도 많이 달라졌다. 서울시가 광나루 한강공원에 국내 최대인 14면 규모의 피클볼 전용경기장을 개장했고, 서울을 비롯해 경기, 대전, 세종, 공주, 울산, 대구 등 7개 시도협회가 구성됐다. 시군구까지 확장의 속도는 가속이 붙고 있다.
조현재 회장은 “프로야구가 인기가 높지만 주로 ‘보는 스포츠’다. 피클볼은 ‘하는 스포츠’로 유치원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누구나 할 수 있다. 피클볼을 5~10년 안에 국내 10대 생활 스포츠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탁구 채보다 큰 패들로 배드민턴 구장의 면적에서 테니스처럼 공을 넘기는 피클볼의 장점은 재미다. 조 회장은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공을 치면 푹 빠진다. 축구처럼 11명이 필요하지도 않고 단식 두 명, 복식 네 명만 합을 맞춰도 땀흘리며 즐길 수 있다. 엠지(MZ) 세대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공은 강하게 쳐도 멀리 나가지 않고, 공을 맞히기가 쉽다. 규칙도 단순해 초보자라도 1시간 안에 배울 수 있다. 16~19일 강원도 오크밸리에서 열리는 3회 전국피크볼대회는 지난해 1~2회 때보다 훨씬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조 회장은 아래서부터 피클볼 열기를 바탕으로 5년 안에 대한체육회 인정단체, 준가맹·정가맹 단체로 진화를 꿈꾸고 있다. 조 회장은 “준가맹단체만 돼도 대한체육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시군구 조직이 완성된 만큼 내년부터 피클볼이 전국체전 종목으로 편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국제 피클볼 열기와 올림픽 종목 채택 가능성이 높은 것도 우호적인 환경이다. 조 회장은 “미국이 종주국인 피클볼이 2028 엘에이올림픽 시범종목 채택이 불발된 것은 단일한 세계연맹을 요구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요구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032년에는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공무원 시절부터 국제 스포츠에서 한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그는 지난해 6월 한국올림픽유산협회를 창립했고, 체육공단 이사장 시절인 2022년 출범시킨 올림픽 레거시 국제포럼에도 관여하고 있다. 스포츠 국제무대까지 광폭질주하는 것에 대해, 그는 “올림픽은 이벤트 자체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올림픽 운동과 철학에서 메달 이상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체조부 출신으로 소년체전 메달을 보유한 그는 운동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유형이다. 평소 체력은 축구(60대 연령별 대회)로 다지고, 한 달에 2~3번은 피클볼을 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호흡하고 있다.
그는 “5월부터 전국초등학교스포츠클럽 피클볼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초중등 리그도 올해 시작한다. 전통적으로 종목 단체의 운영은 고리타분했는데,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체육단체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