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에~ 고라에~.”
16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영토·주권 전시관’ 게이트홀. 이곳에서 상영된 ‘일본해·다케시마(일본 쪽이 주장하는 동해와 독도 명칭)의 바다사자’ 기록 영상에서 일본 어부들은 독도에 상륙한 뒤 철통을 두드려 장단을 맞추며 ‘아라에~’ 같은 추임새까지 넣어 흥을 냈다. 이어진 영상에선 이들이 던진 그물 안에서 독도 바다사자(강치)가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당시 어부들의 독도 임시 거처 옆에는 일본제국군 군기였던 욱일기를 본뜬 깃발이 펄럭였다.
이 12분35초짜리 바다사자 포획 영상은 지난해 11월 일본 ‘영토·주권 전시관’에 별관 격으로 게이트홀이 새로 마련되면서 추가됐다. 이날도 관람객 두어명이 듬성듬성 자리를 지켰다. 일본 정부는 영상에서 동해, 독도, 강치를 가리켜 ‘일본해, 다케시마, 일본 바다사자’라는 왜곡된 표현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시관 쪽은 이 영상에 대해 “1934년 오사카 아사히신문사 기자와 카메라맨이 오사카 시립동물원(현 덴노지동물원) 수의사와 다케시마에 10여일간 머물며 바다사자 사냥을 취재한 것”이라며 “당시 바다사자 포획이 선명하게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독도 바다사자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무분별한 학살 여파로 결국 1994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공식 멸종 선언한 종이 됐는데, 이를 버젓이 일본의 자연문화·역사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해양수산부는 2022년 부산대 연구팀 조사를 바탕으로 “독도 바다사자는 일본이 포획·수렵을 시작했던 1904년 3만여마리에서 1930년 790마리, 1940년 227마리로 감소했다”며 “1974년 비공식 관측을 끝으로 더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18일 재개관할 당시에도 이 전시관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확대 재생산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영토 문제 왜곡이란 비판을 받았던 기존 전시물은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본관에 마련된 몰입형(이머시브) 극장의 ‘섬들의 기억’ 영상에는 독도를 ‘다케시마’로 부르며 당연하다는 듯 일본 영토로 소개했다. 전체 4분 남짓 영상에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쿠릴열도 남쪽 섬들(일본 명칭 북방영토), 센카쿠열도(중국 명칭 댜오위다오) 내용도 포함됐다. 극장 옆 ‘히스토리 월’에는 “지금도 다케시마에서 한국의 불법 점거가 이어지고 있다”는 왜곡 주장이 소개됐다. 전시관 내 팸플릿 자료에도 “한국의 다케시마 점거는 국제법상 아무 근거가 없는 불법 점거이며 (한국의) 어떤 조처도 법적 정당성이 없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 전시관은 일본 내각 관방 산하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이 실질 운영하는 곳으로 2018년 만들어졌다. 원래 도쿄 히비야에 소규모로 설치됐던 걸, 6년 전 국회·법원·행정부처 등이 밀집한 현재 자리로 오면서 규모를 7배 넓혔다.
한국 외교부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히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전시관 폐쇄를 요구해왔다.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실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독도 바다사자 포획은 일본이 과거 조선을 침탈했다는 증거인데 이를 되레 ‘독도가 일본 땅이었다'는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가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하면서 영토 문제에 억지 주장을 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안타깝고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도쿄/글·사진 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