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9년 4월17일 새벽 4시쯤 경남 진주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22명의 사상자는 단순 화재가 아니라 40대 남성의 범행으로 발생한 것이었다. 범인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안인득(당시 42세)이다. 평범한 새벽을 순식간에 공포로 뒤바꾼 이른바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건'은 한국 범죄사에서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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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흉기 난동에 5명 사망…모두 상대적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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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일 안인득은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흉기 2자루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와 비상계단에서 대기했다. 이후 불길을 피해 계단으로 나오던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주민 5명이 사망하고 일부는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들은 10대 2명과 50대, 60대, 70대로 모두 여성·미성년자·노인·장애인 등 상대적 약자였다.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안인득은 상대가 덩치가 큰 남성일 경우 노려보기만 했을 뿐 공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인득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다 사건 당일 오전 4시 50분쯤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향토예비군법 위반으로 부과된 벌금 150만원과 고시원비, 휴대전화 요금 등을 내지 못해 살기 싫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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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이 단체로 괴롭혀…망상 빠져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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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득은 이 사건 이전부터 같은 건물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위협을 일삼아 온 '동네 민원인'으로 유명했다.
사건 약 한 달 전인 2019년 3월10일에는 시내 호프집에서 쇠망치로 손님을 위협해 특수폭행 및 재물손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이틀 뒤에는 한 아파트에서 오물 등이 섞인 액체를 뿌려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송치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주민들은 안인득에 대해 "정신질환이 의심된다. 격리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자체적으로 입원 조치를 할 수 있음에도 주민 동의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어렵다고 답했다. 또 "전과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도 확인 없이 "이상 없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방치된 안인득은 그해 4월 아파트 주민들이 단체로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무작위로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사건 다음 날 그의 신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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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인정에 사형 면한 안인득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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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과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인득은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으며 배심원 9명 중 8명이 사형, 1명이 무기징역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다수 의견을 반영해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에서 안인득 측 변호인은 조현병이 범행의 원인이 됐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에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비극이 발생했지만 이는 책임을 경감할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망상에 의한 범행이라 하더라도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고 큰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사형 선고 직후 안인득은 결과에 불만을 품고 소리를 지르다 교도관들에게 제지당해 퇴정당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심신미약이 인정되며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울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점을 부정할 수 없다"며 "죄질만 보면 사형이 타당하나 감형 사유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후 사건은 대법원까지 이어졌지만 검찰과 안인득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무기징역이 최종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