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나라 원화 환율이 수출 개선 등 경상수지 흑자에도 오히려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 흑자에서 동반되는 해외투자 등 자본순유출이 원화 가치를 낮춰 실질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대외 금융충격에 따른 환율 상승 흐름도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어서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시장 구조 개선과 투자자 다변화 등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은행 국제국은 17일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전통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는 자국 재화 경쟁력 제고와 순수출 확대를 반영해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한국은 2023년 2분기부터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도 원화 가치 절하가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경상수지 확대 속 원화 절하는 △순대외자산국으로의 전환 △민간 위주의 대외자산 증가 △저축률 증가 등 대외부문의 구조적 전환에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각각으로만 보면 국내 경제에 호재가 될 만한 요소이나 한국이 채권국으로 대외안정성이 강화된 데다 민간 포트폴리오 투자 중심으로 대외자산이 늘면서 일반 국민(거주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점, 또한 인구구조 고령화 속 저축률 증가 역시 해외자산 축적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지현 한은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민간 중심의 대외자산 축적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계정을 통한 자본입출입이 실질 환율과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이라며 "특히 대외자산의 미국 자산 집중 현상은 이러한 영향을 더욱 키웠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대외 증권투자 중 63.4%, 전체 대외 주식투자 중 67.7%를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한은이 경상수지 흑자·원화 절상을 유발하는 '상품충격'과 경상수지 흑자·원화 절하를 유발하는 '금융충격'으로 충격을 구분해 식별하고 시기별 충격의 상대적 중요성을 실증분석한 결과, 환율 상승과 자본유출로 이어지는 양(+)의 금융충격 빈도는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품충격은 2000년대와 2010년대 수출 호조 기간 동안 원화 절상에 영향을 줬으나, 최근에는 그 영향력이 크게 약화했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2014년까지 환율 하락을 주도했던 상품충격의 영향은 최근 들어 약화한 반면, 달러 자산 수요 증가와 고령화 및 국내 투자 부진 등에 따른 저축수요 확대가 실질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 자산 수요 충격과 저축 수요 충격 확대 등 금융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달러 자산 수요 충격은 환율이 단기간에 크게 상승했던 시기에 기여도가 급격히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저축수요 충격은 2011년 이후 가계 저축률의 추세적 증가와 함께 실질환율의 완만한 추세적 상승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충격 발생 시 자본유출에 따른 원화 절하의 정도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특징도 확인됐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의 회귀계수(0.65)는 신흥국 평균(0.71)보다는 낮지만, 미국(0.07)과 일본(0.38)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우리나라가 주요국에 비해 동일한 크기의 금융충격 시 통화 가치가 더 크게 절하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 과정에서 거주자의 해외자산 수요가 단기간에 확대되거나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외국인 자금 흐름의 변동성이 더해질 경우, 외환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구조적 전환 과정에서 글로벌 무역구조 변화, 주요 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 우려, 국내 주식시장의 장기 부진 등 단기적 요인이 가중되면서 해외자산 수요가 급격하게 확대됐다"며 "해외자산 수요가 단기간에 급격히 확대되는 경우, 외환시장의 민감도는 높아지고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자산에 대한 높은 집중도에 반영된 달러 강세에 대한 일방향적 기대는 이를 추가로 증폭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고서는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대응과 외환시장 심도 제고를 위한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외환당국이 추진 중인 시장 구조개선과 MSCI 선진국지수, WGBI 지수 편입을 통한 자본유입기반 확충과 투자자 다변화는 외환시장 심도를 강화해 환율 변동성을 낮추고 외환시장 민감도를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