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14세가 유례없이 강한 어조로 전쟁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는 지도자들을 비난하며 세계가 “소수의 폭군들에게 유린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교황은 16일(현지시각) 카메룬 서부 바멘다를 찾아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를 가져다 대는 지도자들을 겨눠 “자신의 군사, 경제, 정치적 이익을 위해 종교와 하느님의 이름을 악용해 신성한 것을 어둠과 오물 속에 끌어들이는 자들에게 화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바티칸뉴스·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교황은 “전쟁의 달인들”이 살육과 파괴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하며, 아프리카 대륙에서 자원을 약탈하는 사람들이 그 돈으로 무기를 만들어 “불안정과 죽음의 악순환”을 자아낸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세계가 “소수의 폭군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며 “결정적인 경로 수정, 즉 진정한 개심(회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교황의 비판은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쟁을 놓고 한 차례 충돌한 뒤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의 이란 침공을 비판한 교황을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 면에선 형편없다”, “좌파에 영합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동시에 자신을 예수에 빗댄 그림을 올렸다가,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이 일자 삭제한 바 있다. 이후 사흘만인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예수에게 안겨 있는 이미지를 올렸다. 이미지엔 “신께서 트럼프 카드를 꺼내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급진 좌파 광신도들은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도 교황 때리기에 가세했다. 존슨 의장은 15일 “교황이 정치 영역으로 뛰어든다면 어느 정도 정치적 대응을 기대해야 한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14일 “교황도 신학 문제에 대해 말할 때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유경 기자, 정의길 선임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