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영국·프랑스 주도로 열리는 호르무즈해협 관련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해협 재개방과 자유 통항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종전 뒤 한국의 발언권과 역할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달 19일 호르무즈해협 관련 38개국 공동성명에 참석한 데 이어 같은 달 26일 프랑스 주도의 35개국 합참의장 회의, 지난 2일 영국 주도의 40여개국 외교장관 회의에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화상 정상회의 참석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낼 메시지에 대해 “에너지 공급망, 중동 사태에 대한 입장, 해협의 자유 통항, 국제 연대 필요성 등 주제를 망라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뒤 정부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에도 사활적 이해가 걸린 호르무즈해협 문제에 대해 영국·프랑스 주도의 다자협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동시에 미-이란 ‘휴전 발표’ 직후 이란에도 특사를 파견해 양자 협상을 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해왔다.
이번 회의는 프랑스가 주도하는 군사 분야 회의와 영국이 주도하는 외교 분야 회의를 합한 성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프랑스가 생각한 군사 파트, 영국이 생각한 외교 파트의 움직임이 합쳐지고, (참가국) 수도 늘어났으므로 이를 통해 국제적 움직임이 구체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의에 전쟁 당사국인 미국은 참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회의체에 미국이 배제된 것이 아니며 미국과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을 배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된다. 협의하면서 공조하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미국이 참여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도 이에 관해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미국이 참여하면 이란의 협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지만, 영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것이라 우려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 공동의장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강조하는 합의문 도출을 목표로 한다. 다만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하더라도 70~80개국이 참여한 정상회의에서 통항 자유에 대한 강력한 목소리를 발신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와 무게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 인도는 초청됐지만 참석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상회의에서는 종전 이후 상선의 호르무즈해협 안전 항행을 위한 군사적 협력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종전 뒤 우리 군이 호르무즈해협 ‘상선 보호 업무'에 투입될 가능성과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며, 실제로 투입된다면 다국적군에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