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국경에서 2500㎞ 떨어진 러시아 내륙 정유공장을 장거리 드론으로 맞혔다. 그러나 지상전에서는 우크라이나 동부 대도시 한곳을 잃을 위기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6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국경에서 2500㎞ 이상 거리의 러시아 옴스크 정유공장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자회사 가스프롬네프트가 운영하는 이곳은 연 2000만톤 이상의 정제 능력을 가진 러시아 최대 정유공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공격을 받지 않은 몇 안 되는 정유시설 중 하나였다.
비탈리 호첸코 옴스크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드론 위협”이 있었다며 “적 드론 중 몇 대는 옴스크 북부 산업단지에 도달했다”고 확인했다.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이곳 정유단지에서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올라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새벽 모스크바 북쪽 야로슬라블주와 발트해 연안 레닌그라드주 정유공장도 드론으로 타격했다.
이날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25일 시작한 장거리 폭격 작전인 ‘40일 작전’의 일부다. 러시아의 전쟁 돈줄인 석유 제품 수출을 끊고 러시아군의 연료 조달을 어렵게 하는 게 목표다. 특히 이날 공격당한 옴스크 공장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가 때린 가장 먼 목표물이라고 르피가로는 전했다.
서방 일각에서는 장거리 타격에 힘입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유리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타격한 지난달 3일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돈과 병력, 추진력을 잃고 있다”고 환영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의 공습 성과가 지상에서의 반격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1일 월례 보고서에서 지난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30.4㎢를 점령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 진격 속도가 지난해 같은 달(481.3㎢)보다 16분의 1 정도로 느려졌지만, 우크라이나가 땅을 되찾지도 못하는 형세다. 전선 투입 병력이 러시아군 절반 정도인 우크라이나가 방어 진지에서 나와 공세로 돌아설 여력이 없는 탓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요충지 코스탼티니우카는 ‘풍전등화’다. 크렘린은 3일 러시아군이 이곳을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4일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곳 주변 상황이 “어렵다”면서도 수비군이 “계속해서 진지를 지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초 러시아군 100여명이 시내에 진입한 데 이어 침투 병력이 늘면서,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코스탼티니우카는 전쟁 전 7만8000여명의 주민이 살던 대도시다.
전략컨설팅그룹 ‘비지’ 대표인 올리비에 켐프(프랑스 예비역 육군 소장)는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코스탼티니우카는 올여름이 끝나기 전 함락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의) 크라마토르스크·슬로우얀스크 포위 준비가 가을에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병력, 장비, 탄약, 경제·인구의 회복력 등 세력 균형이 여전히 러시아에 유리하다”며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타격을 가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작전 상황을 바꾸기에 충분치 않다. 러시아는 계속 상대를 조금씩 갉아먹고 소모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타격에 대한 보복으로 민간 주거지에 대한 대규모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68발과 드론 350기 이상을 쏴 28명이 숨지고 약 90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18명은 키이우 도심에서 나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