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에 메모리 수급난 심화…천문학적 이익 행진 계속된다
한겨레
“반도체가 다 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89조4천억원)을 두고 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가격과 마진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서만 2분기 9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도체(DS) 부문 내 비메모리 사업과 모바일·가전 등 완제품(DX) 부문이 수조원대 적자를 냈으나, 메모리 사업부가 회사 전체 이익(89조4천억원)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세부적으로 반도체 부문 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및 시스템엘에스아이(LSI) 사업부는 2분기에 2조~3조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완제품 부문에서도 모바일(MX) 사업부의 2분기 적자가 최대 1조원을 넘고, 영상디스플레이(VD) 및 생활가전(DA) 사업부도 수천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증권가는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실적 설명회를 열어 세부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서 천문학적 이익을 거둔 것은 인공지능 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가격 오름폭이 커진데다, 메모리 3사 가운데 생산 능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에이치에스비시(HSBC)·씨티은행 등 투자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디(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판매 가격은 전 분기 대비 각각 40%, 50% 이상 뛰었다.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날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평균 80%에 육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사업 비중이 90%를 넘는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값(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도 63조2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7배가량 늘 것으로 증권사는 예측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 메모리 수급난과 가격 강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메모리 3사가 현재 짓고 있는 신규 반도체 공장이 본격 가동되기 전까지 실적 호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현재 메모리 기업들은 시장 수요의 절반 정도만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짓고 있는 신규 공장들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야 메모리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짚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일각에서는 메모리 가격 급등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등 메모리 기업들이 과도한 수익을 추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메모리 업체들에 대한 규제 압력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메모리 3사의 칩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시장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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