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쿠팡 주장만 대변하는 미 백악관·의회, 당당하고 끈질기게 대응해야
한겨레
미국 의회의 공화당 쪽 인사들과 백악관이 쿠팡의 ‘일방적 주장’에 기댄 조사 결과를 근거 삼아 한국 정부가 자국 기술 기업들을 부당하게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이행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쿠팡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되면서 향후 이뤄질 양국 간 실무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기 어렵게 됐다. 이런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잘못된 사실과 부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하는 한편, 섬세하고 끈질긴 소통을 통해 미국 쪽을 설득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문제점과 이를 둘러싼 미 의회와 백악관 내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해 우리 국익이 부당하게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2일(현지시각) 한겨레에 보낸 성명에서 “어떤 합리적 기준으로 보더라도 쿠팡은 이재명 정부에 의해 표적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디지털 서비스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행위를 포함한 불공정 무역 관행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1일 미 하원 법사위원회의 공화당 쪽 인사들은 ‘경쟁 차단: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제목의 중간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들이 한국 정부가 “쿠팡아이엔씨(Inc·쿠팡 미국 법인)와 한국 자회사인 쿠팡에 대한 괴롭힘 캠페인(harassment campaign)을 벌여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40% 이상 폭락”했고, 이를 포함한 다른 차별적 행위 등까지 합쳐져 “미국이 향후 10년 동안 5천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백악관도 적극 나서 이 주장에 힘을 실은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이들은 쿠팡 사태의 시작점이 된 3700만명이 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사 노력을 “전방위적 공격”으로 규정했고, 김범석 쿠팡아이엔씨 이사회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등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대해선 미국 기업을 상대로 최근 이뤄진 설문조사를 인용해 “적법 절차와 공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폄훼했다. 또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등 움직임에 대해선 “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하는 것을 막기 위한 무기화된 법과 규제”라고 비난했다. 우리 정부를 미국 기업들의 사업을 방해하고 미국에 경제적 손실을 끼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 존재로 묘사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2일 이 보고서가 “쿠팡의 일방적 주장”만 담고 있어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3일엔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까지 나서 “(정부) 조사는 적법 절차에 따라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거듭 해명했다.
앞으로 이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 이행을 위한 당국 간 협의 틀을 통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에선 쿠팡 문제를 포함한 우리의 디지털 법과 정책에 관련된 내용뿐 아니라 우리의 핵심 국익이 걸린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등도 함께 논의된다. 미국이 내놓은 합리적 주장에는 귀를 기울여야겠지만, 잘못된 팩트에 기초한 부당하고 악의적인 요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쿠팡 문제는 자칫하면 양국 간의 감정적 대립을 부르는 난제로 굳어질 수 있다. 불똥이 한-미 관계 전반으로 튀지 않도록 세심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회 0·스크랩 0·공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