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빌딩 유리창에 점과 선이 그어질 때 [.txt]
한겨레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80) 점과 선과 새
붉게 물든 도시, 높게 솟은 건물, 저마다 날갯짓하는 새들은 화려한 불꽃놀이를 하듯 점과 선을 그리며 자유롭게 춤춘다. 점과 선과 새들이 어우러진 도시는 붉고 노란 색감과 함께 흥겨운 잔치를 벌이는 느낌이다. 강렬하면서도 부드럽고 우렁차면서도 감미로운 음악이 들리는 듯하다. 새들은 빌딩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며 빠르게, 느리게, 우아하게 춤사위를 이어간다.
그러나 이 그림책의 첫 장면을 생각한다면 아름답게만 바라볼 수 없다. 새들은 비보호 좌회전 표지판에서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한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신호등, 찻길, 높다란 빌딩의 거대한 유리창. 도시 곳곳은 새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은 사람만 누리는 게 아니다. 살아있는 온갖 꽃, 새, 벌레까지 함께 살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하찮아 보이는 점과 선이 모여 새들을 구하듯 우리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작고 약한 생명의 연대와 실천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강력한 힘이다.
신민경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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