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의 AI 대전환] ① 현대건설-AI가 보고 로봇이 움직인다
AI가 건설업의 판을 바꾸고 있다. 안전관리와 설계, 품질관리, 현장 로봇, 고객 서비스까지 AI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전담 조직을 꾸리고 기술 경쟁에 몰두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핵심 주자들의 AI 전략과 차별화된 기술,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폭약과 기폭장치가 만들어낸 거친 발파공간. 터널공사 작업자들에 앞서 네 발로 걷는 로봇 한 대가 현장을 밟는다. 강아지를 닮은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다. 연기가 자욱한 공간에 들어선 로봇은 폭발하지 않은 폭약이 남아 있는지,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한다.
현대건설이 AI(인공지능)와 로봇을 앞세워 스마트 건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스팟'과 공정 로봇, AI CCTV, 실내 자율비행 드론 등을 현장에 적용해 사고 예방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노린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현실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다. AI 두뇌를 탑재한 로봇이 위험 구역을 먼저 점검하고 자재를 나르는 등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한다. 대신 현장 관리자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조치가 필요한 곳에 인력을 집중한다.
스팟은 김포~파주 고속도로와 KT 리모델링 현장 등에서 자율 순찰과 데이터 수집 성능을 실증을 마쳤다. 기존에는 현장 관리자가 직접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공정별 상태를 기록해 사무실에 전달해야 했다. 하루 수만 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비교해야 하는 등 업무의 비효율성이 높았다.
스팟은 정해진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현장 사진을 남기고 영상·환경 센서로 작업 구간의 상태를 확인한다. 레이저 스캐너로 확보한 3차원 형상 데이터는 이전 기록이나 설계 도면과 대조해 구조물의 변화 여부를 살피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작업자의 숙련도나 컨디션에 따라 점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한계를 줄이고 관리 인력은 이상 징후가 포착된 구간을 중심으로 확인·조치에 나설 수 있다.
AI CCTV는 건설현장의 위험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200만건 이상의 현장 데이터를 학습시켜 안전모·안전고리 미착용, 장비와 근로자 간 충돌 위험, 화재·연기, 위험구역 무단 진입 등을 실시간으로 식별하도록 했다. 사람이 수십대의 CCTV 화면을 보는 대신 AI가 먼저 위험 장면을 파악해 관제센터에 알리는 방식이다. 야간이나 구조물 뒤편처럼 사람이 놓치기 쉬운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곳은 드론의 몫이다. 실내 점검용 드론은 수직구와 개구부, 엘리베이터 샤프트처럼 좁은 공간에 들어가 고해상도 영상과 3차원 공간 정보를 확보한다. 배관과 설비가 도면대로 설치됐는지 구조물과 간섭하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데 쓰인다.
밀폐공간의 산소·이산화탄소·온도 등 환경지표도 원격으로 점검한다. 작업자를 먼저 투입하기 전 공간의 위험 요인을 살핀 뒤 진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복적이면서도 위험한 공정에는 작업 로봇이 투입된다. 타공로봇은 천장이나 벽체에 앵커를 설치하기 위해 드릴 작업을 해야 할 위치를 AI 비전으로 인식하고 자율주행 장비를 타고 이동해 반복 타공을 수행한다. 로봇이 이를 대신하면 고소 작업 시간을 줄이고 일정한 위치와 깊이로 작업해 품질 편차도 낮출 수 있다.
자재 운반도 자동화 대상이다. 현대건설이 삼성물산과 공동 개발한 스마트 자재 운반 로봇은 인천 청라 하나드림타운에서 실증을 마쳤다. 자재 운반 로봇은 3D 카메라로 자재가 실린 팔레트의 형상을 인식한 뒤 스스로 상차하고 사람과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이동한 다음 자율 하차한다.
여러 대가 동시에 움직일 때는 원격 관제 시스템이 이동 경로를 통합 관리한다. 작업자가 반복적으로 자재를 옮기는 대신 로봇이 장거리·다빈도 운반을 맡고 사람은 더 정교한 시공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고층 외벽에 유리 패널을 설치하는 커튼월 로봇도 현장 실증을 진행 중이다. 고소 작업 위험을 낮추면서 패널 설치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AI 기반 위험 탐지와 드론 정밀 점검, 공정·운반 로봇 자동화가 안전과 품질, 생산성 향상에 함께 기여하도록 기술 고도화와 현장 실증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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