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제
논설위원
여권 내부 갈등이 격렬해지고 있다. 다만, 아직 전면적 권력투쟁으로 볼 단계는 아니다. 당원과 지지층 자체가 더불어민주당과 민주개혁 진영의 노선과 진로를 두고 완전히 쪼개진 건 아니라는 얘기다. 당원과 지지층을 중심에 놓고 본다면, 지금 국면은 권력투쟁보다는 인정투쟁의 성격이 짙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이제 갓 집권 2년차에 들어선 정권의 속성상 현재 권력과 차기 권력이 맞붙는 권력투쟁은 가능하지 않다.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대다수 당원과 지지층이 차기 권력의 때 이른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 때 박근혜 정도가 강력한 팬덤을 등에 업고 정권 초반부터 강한 비토권을 행사한 바 있지만, 그때도 본격 권력투쟁의 서막이 열린 건 집권 2년4개월 뒤 ‘세종시 수정안 반대’ 국회 연설을 하면서였다.
지금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가 그때 박근혜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다고 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정 전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 중에서도 정 전 대표를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게 실상에 부합한다. 이른바 ‘문조어래유’ 세계관에서도 정 전 대표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대권 행보를 뒷받침할 당권 주자 정도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그런데도 내부가 이렇게 시끄러운 건 지지층 상당수가 집권 이래 처음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특정 행보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전히 이 대통령의 성공을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특정 이슈를 두고서는 자신들의 뜻과 목소리에 이 대통령이 더 귀 기울이고 국정에 반영하길 바란다. 지금 내분이 인물과 세력 간 권력투쟁이라기보다 정서적 일체감과 효능감을 둔 지지층 차원의 해석투쟁 또는 인정투쟁 양상을 띠는 이유라 할 것이다. 당권투쟁은 이런 큰 흐름에 올라탄 부가적 변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지지층 내부 균열과 갈등이 더 두고 봐도 괜찮을 수준이라는 건 아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이슈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내분은 점점 내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대로 방치하면 지지층 이탈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쯤에서 끊고 해소 방안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먼저, 검찰개혁과 관련해선 지난 25일 ‘보완수사권 폐지’가 최종 입장이라는 정부 공식 발표가 나온 만큼 이제는 당정청 모두에서 더는 딴소리가 나와선 안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아쉬운 대목은 이 대통령이 애초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국회에 결정을 맡긴다’고 밝힌 뒤에도, 정부 일부는 물론 이 대통령 본인까지 유럽 순방 브리핑을 통해 보완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거듭 언급했다는 점이다. 기껏 국회에 일임하고선, 왜 상당수 핵심 지지층의 의구심을 자극하는 발언을 굳이 또 꺼냈는지 의아하다.
민주개혁 진영에 검찰개혁은 단순히 권력기관을 개혁하고 형사사법 시스템을 고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검찰은 민주개혁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국정을 훼방 놓았고, 끝내 한명은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 대통령을 포함해 민주개혁 진영 유력 정치인의 행보는 표적 수사로 봉쇄하려 들면서, 스스로 정치세력이 돼 정권을 잡기까지 했다. 국민주권을 훼손당한 데 대한 분노야말로 검찰개혁의 꺼지지 않는 원동력임을 말해준다. 이런 정당한 분노와 우려를 이 대통령도 더욱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전체 국정에서 검찰개혁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그 1%에 대해 확고한 개혁을 실행하고, 그를 통해 굳건해진 지지 기반 위에서 99%의 국정 성과 또한 만들어가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합당 무산과 평택을 재선거 등의 여파로 깊게 파인 진영 내부 균열도 더 방치하지 말고 신속히 메워야 한다. 내란·탄핵 뒤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도 이 대통령 득표율(49.42%)은 보수 진영의 김문수·이준석 후보 합계치(49.49%)보다 아슬아슬하게 낮았다. 내부 결속과 외연 확장을 모두 이뤄내지 못하면, 보수 진영이 통합할 경우 안정적 정권 재창출을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인사와 국정 성과를 통해 중도와 무당층, 보수로까지 지지 기반을 넓혀왔다. 큰 정치적 성취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진영 내부로도 연대·통합의 온기가 번져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내부 결속과 외연 확장은 배타적 관계가 아니다. 당권 주자들도 이에 대한 비전과 구상을 제시하고 평가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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