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남 반도체’ 때리기, 국가 미래 발목 잡겠다는 건가
한겨레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29일 열리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표될 전체 투자 규모가 10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주도하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함께 영남권에는 피지컬 인공지능(AI), 충청권에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하는 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망라한 대규모 생태계를 영호남과 충청 등 남부권에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대규모 투자 계획은 정부와 기업의 미래 성장전략에 대한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인공지능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장기적·구조적 수요 사이클에 대비한 선제적인 투자 확대 필요성이 커졌다. 반도체 특수로 늘어난 막대한 이익을 바탕으로 ‘초비용 진입장벽’을 세워 경쟁력 우위를 유지·확대하는 한편,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한 공급망 투자 또한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선,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국가 균형 성장을 끌어낼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전력·용수·인력·물류 등 인프라 문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투자 기업 간 긴밀한 협력으로 속도와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할 과제다. 서남부권은 안정된 가용 토지와 용수, 풍부한 재생에너지 등이 유리한 입지 조건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28일 엑스(X)에 “정부의 지원 속에 기업의 결단으로 가장 합리적인 반도체 산업 중심지를 추가 조성하는 것”이라며 “용수와 전력이 한계에 다다른 수도권의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앞당겨 추진하겠다”고 썼다.
호남권 반도체 투자에 대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의 행태는 어처구니없다. 장동혁 당대표가 “대통령이 호남행을 압박하고 있다”고 하더니, 대구·경북 의원들은 “정치가 아니라 시장과 경쟁력이 결정해야 한다”며 호남 특혜론을 제기했다. 뒤이어 “청와대의 명백한 직권남용”(안철수), “사회주의 국가의 정치 지령”(나경원), “여당의 전당대회용”(28일 논평) 등 근거 없는 억측들을 연일 쏟아낸다. 음모론과 지역주의, 색깔론을 총동원해 정치 공세를 퍼붓고 있는데,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비수도권 어디에 지어도 지역갈등은 불가피하고, 결국 입지가 좋은 수도권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말이 된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에 정략만 탐해서는 공당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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