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좌완 사이드암 곽도규(22)가 힘겨운 팔꿈치 수술 재활을 이겨낸 비결을 공개했다.
곽도규는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 방문경기에 3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삼진 하나만 잡아내는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최원준-안인산-안현민으로 이어지는 KT 상위타선을 상대하면서도 전혀 꿇리지 않았다. 리그 최고 타율을 기록 중인 최원준에게 몸쪽 공을 넣는 걸 주저하지 않더니, 결국 2루 땅볼을 끌어냈다. 장타력이 강점인 안인산을 상대로는 오히려 스트라이크존에 빠른 공을 꽂아 넣는 전력투구로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최원준과 안인산의 장점을 합쳐놓은 '우타자' 안현민과 승부가 백미였다. 처음 공 3개는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며 불리한 볼카운트를 자초했다. 하지만 투심 패스트볼과 커터를 연달아 정중앙에 꽂아 당황하게 하더니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투심 패스트볼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이로써 곽도규는 10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으로 평균자책점을 0점대까지 끌어내렸다. 15경기 1승 무패 4홀드 평균자책점 0.90, 10이닝 6볼넷 9탈삼진으로 리그 정상급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 경기 후 이범호 KIA 감독도 "곽도규가 오늘(21일)도 1이닝을 깔끔히 막아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더해주는 모습"이라고 특별히 언급하며 칭찬했다.
1년 전만 해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곽도규는 지난해 5월 왼쪽 팔꿈치 굴곡근과 인대를 다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다. 약 1년 3개월의 재활이 예상됐고, 이제 막 야구를 알아가는 시점에 겪은 공백이라 자칫 그 감을 잃어버릴까 우려됐다.
하지만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활약이다. 오히려 더욱 빨라진 구속과 능숙해진 경기 운영으로 마무리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곽도규의 투심 패스트볼 구속은 지난해 평균 시속 142.6㎞에서 올해 145.2㎞까지 상승했다. 그 비결을 21일 경기 전 만나 들을 수 있었다.
수원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곽도규는 "남들보다 재활 기간이 2~3개월 짧았다. 그 재활 기간을 줄이기 위해 일본에서 수술을 선택했다. 또 구단이 마련해준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ITP·Interval Throwing Program)을 하루도 빼먹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주효했다. 팔에 통증만 없으면 겨울에도 정해진 날짜에 함평에 가서 캐치볼을 하거나 친구들과 공원에서 ITP 스케줄을 수행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또 이번 재활을 통해 좋았던 점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 끝난 뒤에도 무엇이 달랐을까 고민했다. 정리한 결과, 거울 보며 섀도 피칭을 하는 등 흔히 말하는 야구 선수들의 직업병 같은 행동을 일절 하지 않은 것이 컸다. 정해진 ITP 스케줄에만 투구 동작에 집중하고 그 외 시간에는 야구에 아예 관심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다른 시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할지언정, 가벼운 리듬감을 찾는 투구 동작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야구계에서 곽도규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공부하는 젊은 선수의 전형으로 통한다. 우승 시즌에는 매일 책을 읽는다는 소식이 전해져 학구파 이미지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는 확실히 선을 그은 곽도규다.
곽도규는 "내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그냥 매일 경기 전 야구 심리와 관련된 책을 한 페이지씩 읽을 뿐이다. 기자분들이 나를 좋게 봐서 써주신 말이라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아닌 건 아니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조금의 좋지 않은 결과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학구파라는 오해도 당연해 보인다. 올해 곽도규는 그동안 던지지 않던 커터 구사율을 높이면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조금씩 낮추고 있다. 그 배경에는 최근 맞고 있는 커브에 대한 고민이 컸다.
곽도규는 "커브가 데이터상으로는 정말 좋다. 코치님들도 좋다고 하는데 최근에 빗맞은 안타가 몇 번 나왔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조금 떨어졌다. 또 최근 정타를 절대 내주면 안 되는 상황에 올라가는 일이 많았다. 커터는 확실하게 던질 자신이 있어서 최근에 비중이 높아졌다. 그래도 커터와 커브에 큰 차이를 두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5월 31일 잠실 LG 트윈스전 홍창기에게 맞은 적시타였다. 당시 곽도규는 2-2로 맞선 6회말 2사 1루에 등판해 홍창기-박해민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으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운이 따르지 않은 안타였음에도 꽤 상심했다는 전언이다.
이동걸(43) KIA 1군 투수코치는 "(곽)도규가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 좌타자에 커브랑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썼다. 그런데 생각보다 좌타자 피안타율이 조금 높았다. 강한 타구보단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운이 따르지 않는 타구들이었는데 도규가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재활 후 첫 시즌이다 보니 변화구 궤적이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커브에서 헛스윙이 나올 법한데 콘택트가 먼저 됐다. 원래도 커터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2024년에도 커터를 쓰다가 커브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커터를 줄였고, 지금은 그 순서를 바꿔서 쓰는 정도다. 그렇게 구종을 조금 분리하니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덧붙였다.
그저 운이 따르지 않았음에도 고민을 거듭하고 변화를 준 결과, 리그 정상급 타자들에게도 악몽이 되고 있다. 6월 8일 광주 삼성전 최형우 상대 땅볼과 18일 광주 LG전 문보경 상대 땅볼 모두 커터로 잡아냈다. 이런 곽도규의 모습이 1년의 공백에도 폭풍 성장을 가능케 했다.
곽도규는 "정타가 아니어도 잡을 수 있는 상황에 커브가 방망이에 닿았다는 것에 자책했다. 그 구종을 선택한 내가 아쉬웠다"라며 "항상 거짓이라도 자신감을 가지려 한다. 그게 내 임무니까 확실하게 하려 한다. 지금은 우타자도 잘 상대할 자신이 생겨서 어떤 상황이든 책임지고 이닝을 마무리 짓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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