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개혁 ‘개헌론’ 부상, 여야 구체적 입장 내놓아야
한겨레
김민석 국무총리가 21일 열린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시민 토론회에서 “개헌을 통해서라도, 선관위의 독립성은 존중하되 외부의 견제와 감시를 받게 하는 쪽으로 가는 것만이 답이 아닌가 (한다)”라며 “원포인트 개헌이라는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여야 간 의견이 일치된다면, 선관위에 대해 (감시할 수 있는)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에 대한 ‘해체 수준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고조되면서 ‘개헌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김 총리가 ‘원포인트 개헌’까지 꺼내든 건 “근본적으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대안이 정리되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이 어렵겠다”(김 총리)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선관위 개혁의 핵심은 선관위의 독립성을 유지하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견제·감시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다. 문제는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돼 있어 감사원법 개정 등을 통해 선관위를 감찰하는 조항을 만들어도 자칫 위헌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에 대해 위헌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이나 개헌 모두 검토 대상”(한병도 원내대표)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원포인트 개헌, 부분적 개헌 등 졸속 누더기 개헌에 명확히 반대한다”(19일 정점식 원내대표)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힘 쪽은 “선관위 개혁은 국회에서 입법으로 할 여지가 많이 있다”며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개헌보다 특검”이라고 주장한다. 사태 발생 직후에 국힘은 개헌이 필요한 ‘선관위 해체’까지 주장한 바 있는데,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와 23일 시작되는 국회 국정조사, 필요시엔 특검 수사를 통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진상규명 작업과 함께 선관위 개혁안을 마련하는 작업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 관련 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하고, 필요할 경우 헌법을 개정하고, 조직을 전면 재정비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어설픈 개편에 그치면, 국민들의 저항으로 2028년 4월 총선도 제대로 치르기 어려울 것이다. 여야는 서둘러 각자의 구체적인 선관위 개혁 방안을 마련한 뒤 협의를 통해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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