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아 | 동물자유연대 이슈행동팀장
얼마 전 서울의 한 아파트에 들어온 멧돼지를 포획하는 영상이 에스엔에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출구를 찾지 못해 허둥대던 멧돼지가 발길질에 걷어차이고 피를 흘리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영상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유해 야생동물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다루는 건 너무하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반면 이들을 조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심지어 앞서 동물원을 탈출했던 늑대 ‘늑구’의 이름을 본떠 ‘멧구’라 칭하며 희화화하기까지 했다. 절박하게 살길을 찾던 동물의 죽음까지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현상은 ‘유해’라고 낙인찍은 동물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선명하게 드러냈다.
물론 야생동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예방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은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과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동물을 절대 잡아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명제에 있지 않다. 야생동물과의 원치 않는 접점이 발생할 때마다 늘 택해 온 ‘제거’와 ‘사살’이라는 일차원적인 방식, 그리고 그 잔인함을 바라보는 무감각한 시선을 돌이켜봐야 한다.
현재 국내의 유해 야생동물 지정·관리 정책은 철저히 인간의 필요에 초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꽃사슴이다. 1985년 녹용 채취를 목적으로 안마도에 들여온 꽃사슴 10여마리가 유기되며 개체 수가 급증했다. 이로 인한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국민권익위원회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2025년 꽃사슴을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가축 유기 시 처벌을 강화하는 축산법 개정안도 함께 추진했으나, 본질적으로는 꽃사슴을 합법적으로 사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손쉽게 치워버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사람이 벌인 문제의 책임은 고스란히 동물에게 떠넘겨졌다.
‘포획 포상금’ 제도는 이 같은 방식의 정점에 있다. 고라니, 까치처럼 유해 동물로 지정된 종의 포획엔 포상금이 지급되며,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지원금까지 더해지는 멧돼지의 포상금은 마리당 수십만원에 이른다. 제도 도입 전 1만5천여명이던 수렵면허 1종 소지자는 2023년 말 기준 3만여명으로 두배 이상 급증했고, 부당 수령이나 오인 사격 등의 문제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이런 방식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인간-야생동물 갈등 및 공존 지침’은 단순 사살이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은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맥락이 얽힌 복잡한 구조이므로 물리적인 통제만을 앞세우면 대립과 긴장을 악화해 오히려 갈등을 해결 불가능한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통로와 같이 국내에도 공존을 향한 노력이 없지는 않다. 다만 이런 시도는 도로 위 죽음의 방지라는 지엽적인 목적에 머물러 있어 제거 중심의 패러다임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갈등을 대하는 사회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다양한 존재가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를 오직 경제적 가치나 가시적인 수치만으로 재단하는 방식, 그렇게 ‘문제’로 규정되면 제거에만 골몰하는 정책, 그리고 죽어가는 동물조차 ‘유해 동물’이라는 이름 아래 희화화하는 일이 용인되는 문화. 이 잔인한 시선은 결국 사회 내부의 또 다른 약자에게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아파트 유리문 여기저기에 부딪혀 가며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쓰던 멧돼지의 모습은 마치 인간이 자의적으로 씌운 ‘유해 동물’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눈앞의 불편을 폭력으로 지우는 데 급급한 우리 역시 닫힌 유리문에 가로막혀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총구를 거두고, 죽여 없애왔던 관성에서 벗어나 함께 사는 길로 발길을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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