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종전, 유가 하락에도 환율 1530원대…강달러 지속
한겨레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과 그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임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인해 외환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고,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도 실무 협상 과정에 진통이 지속되면서 환율의 상방 압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60원까지 치솟으며 고점이 높아진 영향으로, 한동안 고환율 위기는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 야간 거래 종가(20일 새벽 2시 기준)는 주간 거래(오후 3시30분 기준) 종가보다 4.0원 오른 153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주간 거래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 18일 야간 거래(19일 새벽 2시)가 1540.0원에 마감한 여파로, 장 초반 1539.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환율은 지난달 15일 1500원대에 진입한 이후 24거래일째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18일 100.85까지 오르며 지난해 치솟으며 지난해 5월15일(100.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 긴장감이 완화되며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원-달러 환율은 되려 오르는 배경으로, 예상보다 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띠었던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와 더불어 자신의 금리 전망을 제시하지 않은 워시 의장의 모호한 태도가 원인으로 꼽힌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연준의 통화정책 여지를 넓히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시장은 연준의 사전 신호(포워드 가이던스)보다 실제 경제 지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다음 달 미국 고용·물가 등 지표가 발표되기 전까지 강화된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도 달러 강화 기조를 반영해 1500원대 초반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과, 최근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스페이스엑스(X)에 이른바 ‘서학개미’ 투자금 21억3289만 달러(원화 3조2697억원)가 몰리며 달러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도 원화 약세의 한 축으로 지목된다.
고환율 위기가 이어지며 이번 달 원-달러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 평균은 1521.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1626.7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지난 5일 야간 거래에서 1560원까지 폭등한 이후 고점에 대한 눈높이가 확연히 높아졌다. 한번 고점 레벨을 높인 환율이 쉽게 다시 전고점을 향해 올라가려는 모습이 관찰된다”고 지적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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