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의 최악 폭염 덮친 유럽…알코올 금지 등 비상대책
한겨레
유럽 전역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끓어올라, 각국이 알코올 소비 금지 등 비상 대책을 발령하고 있다.
프랑스는 일요일인 21일 전국 96개 지역 중 35개 지역에 최고 단계인 적색 열파주의보를 발령한다고 20일 밝혔다. 21일에 파리에서부터 부르고뉴까지 남서부 지역의 온도가 섭씨 39∼40도, 일부 지역은 41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된 데 따른 것이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이날 주말 긴급 위기 회의를 개최해, 적색 열파주의보가 발령된 35개 지역에서는 대규모 음악 축제 등 행사에서는 알코올 소비를 선제적으로 금지하는 조처를 내렸다.
프랑스 국철(SNCF)은 에어컨 고장 위험으로 71편의 장거리 열차 운행을 전격 취소했고, 다수의 학교가 기말고사를 연기하거나 단축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강물 온도 상승으로 인해 원자로 냉각수 배출 수온이 기준을 초과할 위험에 처하자, 주요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 생산을 제한했다.
독일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기온이 38도에 근접하면서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학교를 일찍 마치는 ‘폭염 휴교’ 조처도 취해졌다. 독일 기상청은 폭염과 높은 습도가 강력한 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보를 내렸다.
스페인은 마드리드에 설치된 월드컵 야외 거리 응원장(팬 존)을 폐쇄했다. 36∼37도를 오가는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의 콜로세움을 찾은 관광객들이 더위를 피해 지하 유적지로 대피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프랑스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광범위하고 길며 강렬하다”며 1만4천여명이 숨진 2003년 최악의 폭염이나 2019년 폭염 사태와 비교해, 기간 및 심각성 면에서 맞먹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폭염으로 인해 유럽 전역의 냉방 수요가 45년 만에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예측돼, 전력망 과부하와 원전 가동 축소, 열차 취소 등 핵심 사회기반시설이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우려된다. 유럽에서 여름이 본격화되기 전인 5∼6월부터 극단적인 열파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지구온난화의 명백한 징후이자, 유럽이 전 세계 대륙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 중이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힘든 나날을 겪고 있다”며 노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에게 “극도의 경계”를 촉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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