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잊지 말아야 할 호르무즈의 교훈
머니투데이
"원유 수입이 끊기면 어떡하죠?"
지난 2월말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과 이로 인한 전례 없는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봉쇄로 대다수 국민들은 이같은 걱정에 휩싸였다. 석유는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재화지만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낸다. 중동전쟁이 발발하고 나서야 '석유 없는 세상'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중동전쟁으로 인한 우리나라 원유 수급은 초비상사태였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 국내에 입항한 것은 3월20일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홍해 우회 항로를 이용한 유조선이 5월 초 입항하기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원유 공백상태였다.
정부가 발 빠르게 조치한 덕분에 중동 외 지역에서 대체 원유를 공수할 수 있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휘발유·경유 가격은 리터당 1600원대에서 순식간에 2000원대로 치솟았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국내 주요 산업도 가동 중단 위기에 몰렸다. 플라스틱의 원료인 나프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소식에 종량제 봉투부터 플라스틱 약병, 주사기, 수액제 포장재까지 각종 재화들에서 공급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의 높은 중동 의존도에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원유 수입의 70% 가량을 중동산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악재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과 이란 간 합의로 전쟁은 사실상 종전 수순에 들어갔다. 종전 이후 원유 수급도 정상화할 전망이지만 고비를 넘겼다고 다음에 있을 위기를 대비하지 않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교훈은 에너지는 안보와 직결된다는 것이었다. 안보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수급 다변화뿐 아니라 믹스 다변화와 자립도 상향도 동시에 필요하다.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에서 탈피해 재생과 원전 등 무탄소 전원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논란이 많았던 동해 가스전 탐사 역시 정치 논리를 벗어 던지고 에너지 안보와 자립도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번 중동사태가 진정한 에너지 전환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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