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종전 및 후속 협상의 틀을 담은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미국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이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미국 쪽 서명자로 참여했고, 이란 쪽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을 상대로 한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란과 양해각서에 서명했다”며 “대통령과 내가 모두 서명했고, 이란 쪽에서는 갈리바프가 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양해각서가 향후 미국과 이란의 협상 및 관계 운영 방식에 대한 기본 구조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자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 검증, 핵무기 개발 중단, 역내 극단주의·테러 지원 중단 등에 협력할수록 미국도 제재 완화와 경제 조치 등을 통해 이란을 세계 경제에 다시 편입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할 의지가 있다면, 미국도 이란을 정상국가처럼 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양해각서에는 호르무즈해협의 즉각적인 개방과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도 포함됐다고 당국자는 밝혔다. 다만 그는 “즉각적”이라는 표현이 곧바로 모든 선박 운항이 정상화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협에 기뢰가 남아 있고 선박과 선원마다 위험 감수 수준이 달라, 실제 통항량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1~2주 안에 상당한 증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2주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브리핑에 참여한 다른 고위 당국자는 전쟁 전 하루 약 140척 수준이었다며 통항량이 조만간 40~50척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으며, 특히 원유·가스 운반선 통항이 우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행료 문제와 관련해 미 당국자는 호르무즈해협이 “60일간 통행료 없이 개방된다”고 밝혔다. 그는 “양해각서 기간에는 어떤 통행료나 요금도 없다”며 이 원칙이 최종 합의에도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인 해협 관리 방식은 역내 대화를 통해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번 양해각서 전문을 공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미 당국자는 “양해각서는 24~48시간 내에 공개될 것”이라며 “비밀 부속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동결자금 해제와 제재 완화는 모두 검증 가능한 이행 조치와 연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자는 현재까지 이란에 풀어준 동결자금은 “0달러”라고 못박았다. 그는 일부 보도에서 거론된 250억달러 규모의 자금 해제설에 대해 “미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동결자금이 풀린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향후 이란이 핵무기 재건 방지와 테러 지원 중단 등 약속을 이행할 경우 단계적으로 자금 접근과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군의 중동 배치도 당분간 유지된다. 미 당국자는 후속 협상 기간에는 현행 군사 태세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최종 합의가 이뤄지고 이란이 약속한 조치를 이행하는지를 확인한 뒤에야 병력 감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문제도 양해각서와 연계돼 논의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수는 이번 합의의 조건이 아니라고 당국자는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가 일방적 휴전이 아니라며,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못해 이스라엘이 공격받을 경우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당국자는 이번 합의가 최종 평화협정이 아니라 “첫 양해각서”라며, 이번 주부터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동결자금 해제, 역내 안보 문제를 둘러싼 기술 협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2~3주, 길게는 30일 안에 이란이 실제로 방향 전환 의지가 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며 “하나는 돈을 얻지 못해 핵무기 프로그램과 방위산업 기반을 재건하지 못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검증 가능한 조치를 통해 세계 경제에 편입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는 어느 쪽이든 이익”이라며 “이란 국민에게도 이익이 될지는 이란 지도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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