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파천초, 전자투표 대세 속 '번거로운' 종이투표로 교육 가치 찾기
교사·전문가 "느리고 번거롭지만…몸으로 배우는 진짜 시민교육"
[청송교육지원청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효주 인턴기자 = 국내 초등학교 전교 회장 선거에서는 태블릿이나 PC를 이용한 전자투표가 보편화된 지 오래됐다.
2006년 일부 지역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전자투표는 2010년 무렵 경남의 산골 학교에까지 확산했다.
후보자의 소견 발표가 끝나면 학생들은 교실에서 개인 기기로 즉시 투표할 수 있어 투표소로 이동하거나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신분 확인과 기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종이투표보다 시간이 대폭 단축될 뿐만 아니라 결과가 실시간으로 자동 집계돼 개표의 정확도도 높다.
전교 회장과 반장 선거 모두 전자투표로 진행하는 김해 신문초등학교의 박소진 교장(56)은 "알고 있는 초등학교 10곳 중 9곳 이상이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이 모(40대) 교사도 지역 상당수 학교 홈페이지에 전자투표 기능이 탑재돼 있다며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도 전자기기를 다루는 현실에서 종이 낭비 없이 시간도 아끼고 편하게 투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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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자투표가 대세가 된 흐름 속에서도 일부 학교는 학생들의 실제 선거 체험을 위해 종이투표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경북 청송군 파천초등학교는 올해 3월 전교학생회 선거를 종이투표 방식으로 진행했다.
현이수(25) 교사는 2024년 부임한 이래 학교가 종이투표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전 선거까지는 줄곧 전자투표를 활용해 왔으나, 올해 학생자치회 업무를 맡게 된 현 교사는 학생들이 실제 선거 절차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과감히 '종이 투표'를 선택했다. 학생들이 투표뿐 아니라 개표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며 민주주의와 선거 문화를 몸소 느끼게 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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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전교 학생회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함을 대여하고 기존에 보유하던 기표소를 설치해 실제 선거와 유사한 투표 환경을 조성했다.
학생들은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한 뒤 직접 투표함에 넣는다. 학생 선거관리위원들은 본인 확인과 투표용지 배부, 개표 과정에도 참여한다.
현 교사는 "주변 학교들을 보면 전자투표를 활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다"며 "우리 학교의 종이투표 방식은 비교적 드문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 입장에서는 전자투표보다 준비와 진행에 손이 많이 가지만 학생들이 전체 선거 과정의 참여자로 직접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성인이 돼 실제 투표권을 얻었을 때 경험하게 될 선거 방식을 미리 체험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종이투표를 실시했다"며 "전자투표는 화면에서 후보를 선택하는 데 그치지만 종이투표는 선거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선거 자체를 즐길 기회가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기술 발전으로 투표 방식이 간소화되는 흐름 속에서, 종이투표가 가진 고유한 교육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자투표는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종이투표는 학생들이 민주주의의 핵심 과정인 선거 절차를 몸으로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고, 접어서 투표함에 넣고, 개표 과정을 함께 확인하는 경험은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교육적 체험"이라며 "조금 느리고 번거롭더라도 선거의 절차와 의미를 직접 체감하게 한다는 점에서 종이투표는 가치 있는 시민교육 활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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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hy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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