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수·고열로 못 일어나던 오현규, 경기에서 펄펄…어떻게?
한겨레
체코와의 2026 북중미월드컵 첫 경기가 열린 11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심한 설사와 탈수로 열이 38도까지 치솟았다. 전날까지 멀쩡했던 몸은 하룻밤 사이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무거워졌다. 생애 첫 월드컵을 앞둔 오현규의 끔찍한 아침이었다.
4년 전 등 번호도 없는 유니폼을 입고 대표팀 훈련 파트너로 카타르월드컵을 함께 한 오현규는 이번 대회에서 당당히 18번을 달았다. 소속팀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했기에 차근차근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누구보다 이번 월드컵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월드컵 시작부터 시련이 찾아왔다. 경기 전날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몸이 갑자기 고열로 들끓었다. 제대로 몸을 가눌 수도 없었던 터라, 첫 경기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결말은 해피엔딩. 체코전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것처럼 오현규는 후반 35분 짜릿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월드컵 데뷔전 골이었다.
반나절 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기적같이 부활(?)한 오현규의 뒤에는 대표팀 의료진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경기 다음 날인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베르데 훈련장에서 만난 송준섭 대표팀 수석주치의는 “구체적인 치료법은 말할 수 없다. 우리의 비밀 무기다. 고지대에서 이런 문제가 있을 걸로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책을 전부 준비했다”며 “적절히 해열제를 투입하고 수분 보충을 해준 덕분에 열이 떨어졌고, 좋은 경기력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탈수 증상은 오현규 외에도 일부 선수들이 겪었다고 한다.
백정국 의무팀장은 “(11일) 아침만 해도 오현규가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기도 힘들어했다. 늘 자신감 넘치는 선수인데 도저히 경기를 못 뛸 것 같다고 하더라”라며 “준비한 치료법을 적용했고, 다행히 맞아 떨어졌다. 점심 식사 이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고, 경기장에 도착했을 땐 정상이 됐다”고 했다.
의료진의 철저한 준비와 정성이 통했던걸까. 최악이 될 뻔한 하루를 최고의 날로 만든 오현규는 체코전 승리 뒤 믹스드존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스태프, 의료진 선생님들이 극진하게 보살펴 주셔서 경기에 뛰었고, 골도 넣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사포판/손현수 기자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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