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8개 대학, ‘투표용지 사태’ 시국선언…“참정권 침해, 부끄럽지 않습니까”
한겨레
“39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서 참정권을 외치고 있습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물리적 충돌이 아닌 공론장에서의 담화와 숙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을 다짐하라.”(고려대학교 총학생회)
6·10 민주항쟁 39돌을 맞은 10일 저녁 6시, 전국 18개 대학 캠퍼스에서 일제히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전해졌다. ‘부정선거론’ 등에 잠식된 서울올림픽공원 등 기존 시위 현장을 넘어 각 학교 캠퍼스에서 청년의 분노가 전해진 것이다.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총학생회 포럼)에 속한 연세대, 한국외대, 고려대, 서강대, 전남대, 서울대, 홍익대, 성균관대, 전북대 등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이날 각 학교 캠퍼스에서 동시다발로 시국선언과 시위를 벌였다. 각 학교 학생회가 마련한 별도의 시국선언문이 발표됐지만, 관통하는 메시지는 동일했다. 이번 사태를 “국가에 의한 참정권 침해”로 규정하고 “정쟁보다 ‘민주주의 기본 절차가 마비된 사건’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라”는 내용이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통한 철저한 진상 조사 △국가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 대책 마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구조개혁 △청년과 대학생을 포함한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각 학교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위가 이어졌다. 서강대학교 정문에는 ‘우리는 왜 올바름을 말할 수 없는 시대에 살게 되었는가’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시국선언문 주변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항의 의미를 담아 학과 점퍼(과잠) 20여개가 놓였다.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는 간이 기표소가 설치됐다. 학생들은 기표소에 들어가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뿌리’ ‘내란세력에 빌미를 준 선관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등 이번 사태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투표용지에 적었다. 고려대학교는 시국선언문과 학생들의 발언이 전해진 뒤 학교 캠퍼스를 행진했다. 성균관대학교 시국선언문에는 2천여명의 학생이 연명했다.
이연우 서강대학교 총학생회장은 “특정한 정치적인 입장이 있는 단체가 합류하면서 청년들의 분노가 왜곡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학생들 사이에 많았다”며 “왜곡되지 않고 온전하게 대학생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각 대학 학생회들이 연합하는 시국선언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찬희 조해영 기자 ch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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