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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주류 시장에서 한국 전통주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초록병 소주'로 대표되던 한국 술에 전통주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면서다. K-푸드와 한류가 만든 관심이 전통주로까지 번진 결과다. 술맛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전하는 것이 전통주 확산의 열쇠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프랑스 내 한국산 주류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9% 감소했지만 전통주(청주·약주·탁주 등) 판매액은 오히려 36.4% 증가했다.
소주 중심이던 해외 주류 시장이 점차 다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드라마·영화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초록병 소주'는 오랫동안 한국 술의 대명사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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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아니라 이야기를 판다…전통주 강점은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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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지 업계는 프랑스 내 전통주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소비층 확대와 유통망 구축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프랑스에서 한국 전통주를 수입·유통하는 술주컴퍼니(Soulju Cie)의 최영선 대표는 현지 시장을 "전통주를 알리기 가장 어려운 시장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에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한식당들이 있지만 프랑스는 아직 기반이 부족하다"며 "전통주를 선보일 수 있는 고급 한식당 자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어들은 시음 후 전통주의 풍미에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판매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냉장 유통이 필요한 전통주 특성상 물류비 부담이 크다는 점도 현실적인 장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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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찾은 해법은 '스토리'다. 최 대표는 "술만 내세워서는 시장을 열 수 없다"며 "품질 좋은 쌀과 누룩, 물, 지역 그리고 술을 빚는 장인의 이야기를 함께 설명해야 비로소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전통주를 소개할 때 지역성과 생산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양조장을 직접 찾아 제조 과정을 확인한 뒤에야 제품을 들여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그는 '세종대왕어주'를 소개할 때 충북 청주 초정약수 일대의 물을 활용해 빚는다는 점을 함께 설명한다. 최 대표는 "전통주는 결국 쌀과 누룩, 물로 만드는 술"이라며 "물맛과 지역 환경에 따라 개성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는 AOC(원산지 명칭 통제 체계) 제도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생산 방식을 보호하지만 한국은 그런 개념이 약하다"며 "전통주도 지역성과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주의 독보적인 경쟁력으로는 누룩을 꼽았다. 일본 사케가 코지(?)를 활용해 쌀의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과정을 정교하게 관리한다면, 한국 전통주는 누룩에 깃든 다양한 미생물이 발효에 관여해 보다 복합적인 향과 풍미를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케가 깨끗하고 정제된 맛이 강점이라면 전통주는 훨씬 다층적이고 변화가 많은 맛을 가지고 있다"며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결국 복합성인데, 장기적으로는 이런 특징이 음식 페어링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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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술 인식은 여전히 '초록병 소주'…콜드체인 지원 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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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는 '설명하는 전통주' 전략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파리에 있는 고급 한식당 '순 그릴(Soon Grill) 상젤리제'는 승무·살풀이·춘앵무 등 한국 전통문화에서 착안한 공간과 메뉴를 통해 한국 음식과 문화를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와인 페어링과 함께 전통주 7종을 선보인다. 한성학 순 그릴 대표는 "아직은 와인이 대부분이지만, 설명을 듣고 나서 전통주를 주문하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순 그릴은 구이 메뉴뿐 아니라 비빔밥, 잡채, 육회 등 다양한 한식을 앞세우며 음식과 술의 조화에도 공을 들인다. 한 대표는 "메뉴마다 어울리는 술을 함께 소개하면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술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초록병 소주'에 머물러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와 K-팝의 영향으로 소주가 한국 술의 전부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한 대표는 "젊은 손님들은 '녹색 병 주세요'라고 하는데, 드라마에서 본 소주를 찾는 것"이라며 "전통주의 다양성까지 아는 소비자는 아직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시는 분들은 술만 마시러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 음식과 문화를 함께 경험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전통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원료와 제조 방식, 서빙 온도는 물론 어울리는 음식까지 함께 설명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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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확인된 관심을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aT는 올해 우리술을 '넥스트 K-푸드' 전략 품목으로 선정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형 유통채널보다 미식 채널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보틀숍(Cave)과 고급 레스토랑, 바(Bar) 등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공동물류센터 운영과 콜드체인 지원을 통해 냉장 유통이 필요한 약주류의 물류 부담도 줄인다.
전민형 aT 파리지사장은 "프랑스 소비자들은 술 자체의 맛뿐 아니라 생산자의 철학과 지역성, 이야기를 함께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우리 전통주는 지역별 원료와 양조장의 역사, 장인정신 등 유럽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우리술로 확산되는 만큼 현지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전통주를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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