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군사·국방 비밀정보 보호협정(지소미아)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28일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필리핀은 가장 긴밀한 동지국의 하나로 더욱 엄중해지는 전략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소미아 체결 협상 개시를 통해 향후 필리핀군이 확보한 남중국해 주변 정세와 관련 레이더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이미 필리핀과 지소미아를 체결한 상황인 만큼 미-일-필리핀으로 이어지는 3국의 군사 정보 교류를 통해 촘촘한 군사 정보망이 확보될 여지가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소미아 협상 개시에 대해 “규칙에 기반한 해양 질서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 역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활동을 지켜볼 수 있는 ‘일본의 눈’ 구실로서도 지소미아 체결이 필요하다”고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최근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최근 동·남중국해 정세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과 필리핀은 이번 회담을 통해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십’에서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높이기로 했다.
일본 외무성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일본의 방위장비 이전 제도 개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표명했으며, 양국 정상은 자위대가 보유한 ‘아부쿠마’형 호위함과 TC-90 훈련기 등의 이전을 위해 방위 당국 간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또 두 나라는 외무·방위 장관 회의(2+2)의 조속한 개최에도 뜻을 같이 했다.
일본과 필리핀은 최근 동·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 활동 강화를 명분으로 군사적으로 강하게 밀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방위 장비 이전 3원칙’ 개정으로 살상용 무기 수출 규제를 사실상 해제한 직후 필리핀에 자위대가 쓰던 ‘아부쿠마'형 호위함 수출을 추진해 왔다. 이어 육상자위대가 보유한 ‘88식 지대함 미사일’을 필리핀에 수출하기 위한 검토도 시작한 것으로 일본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두 나라는 앞서 지난 1월 자위대와 필리핀군이 식량과 탄약 등 군사 물자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군수지원협정’(ACSA)과 일본이 일부 방위 관련 장비를 지원하는 ‘방위장비 공여제도’(OSA)에도 서명했다.
일본과 필리핀은 나란히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지만, 개별적인 군사력 면에서 중국과 압도적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지난해 군사비가 64억달러(9조6천억원)인 반면 중국은 50배를 넘는 3360억달러(50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날 두 정상은 경제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특히 지난 2월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이후 안정적 원유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양국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앞서 일본 정부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주요국들의 석유 비축 확대를 위한 금융 지원 정책 ‘파워 아시아’을 제안했는데 필리핀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에 적극 호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교도통신은 희토류 등 중국이 ‘자원 무기화’하고 있는 주요 광물 등과 관련해 “두 정상이 세계 공급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압박이나 수출입 제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올해는 일본과 필리핀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70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히루 전 나루히토 일왕이 마련한 마르코스 대통령 환영 만찬에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히사히토 왕자가 국빈 환영 행사에 처음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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