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해선셋 다이닝’ 현장
낙조 명소 태안 꽃지해수욕장
바닷가에 300명분 식탁 차려
꽃게 등 지역 먹거리로 한상
저녁놀 감상하고 낙화놀이도
해 질 녘 붉은 노을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국에 이름난 노을 여행지가 인기인 이유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 있는 꽃지해수욕장은 낙조 명소다. 5㎞ 정도 되는 백사장과 할배바위, 할매바위에 빨간 물감보다 더 새빨간 노을이 드리우면 여행객은 탄성을 지른다. 지난 16일 오후 5시30분부터 3시간에 걸쳐 이 해변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행사명은 ‘2026 서해선셋 다이닝’. 올해 3회를 맞았지만 태안에선 처음 열렸다. 올해 초 특허청에 의장과 상표 등록을 마친 관광상품이다. 여행자의 심상을 흔드는 3가지가 결합됐다. 노을을 내세운 풍광, 지역 제철 먹거리, 공연이다. 더 자세히 풀어내자면, 노을 퍼지는 해변에서 태안 제철 음식을 먹으며 공연도 즐기는 여행이다.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2025~2026 충남 방문의 해’를 계기로 기획됐다.
행사 주제는 ‘노을에 빠진 충남 식탁’. 여기서도 눈치챌 수 있듯 이 행사가 특별한 이유는 먹거리에 있다. 제철 맞은 서해 꽃게, 홍성 한우, 태안 호박고구마, 서해 주꾸미와 감태, 가리비 등 충남 전역 제철 먹거리가 한자리에 모였다. 여기에 붉은 노을과 음악가들의 선율이 더해졌다.
이날 오후 3시께 도착하니 백사장에선 깡통열차가 아이들을 태우고 달리고 있었다. “까르륵” 아이들 소리가 파도 소리를 삼켰다. 해변 인근 대형 전시장에선 ‘2026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가 한창이었다. 행사 기념 모래 작품도 보였다. 모래 조각가 최지훈 등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지난 24일 폐막한 박람회에는 30일간 183만1068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조직위는 감사의 의미로 폐막 후 무료 개방한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해변 한쪽에 흰색 식탁보로 멋을 낸 식탁 38개가 늘어섰다. 그 위로 전구들이 달린 줄이 마치 수평선처럼 직선을 그리고 있었다. 한쪽 텐트에선 먹거리를 준비하는 이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먹거리는 청운대 호텔조리베이커리경영학과의 배인호·이희민·주현철 교수와 학생 30여명이 준비했다. 배 교수는 “서해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 위주로 준비했다”며 “그중 제일 중요한 감태로 주먹밥을 만들었다”고 했다. 30여가지 음식이 여행객을 맞을 준비를 했다. 꽃게가 빠지면 섭섭하다. 그는 꽃게로 크로켓식 튀김 음식을 만들었다. “서해 전복도 유명합니다.”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배 교수의 진두지휘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학생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이윽고 오후 5시30분이 되자 행사 티켓(4만원)을 구매한 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기진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는 지난달 29일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300석이 마감됐다고 전했다. 마감 이후 대기자만 3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날 바다를 배경으로 300명이 앉은 식탁들의 행렬만으로도 이미 장관이었다.
식전 주전부리로 태안 제철 뿌리채소와 감태 부각이 나왔다. 연두부 냉채와 암꽃게 살로 만든 크림수프, 서산 육쪽마늘 빵도 ‘맞이 먹거리’로 서빙됐다. 서빙을 맡은 학생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바삭바삭 바삭바삭. 씹을 때 나는 소리는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와 닮았다.
공연이 시작됐다. 팝페라 그룹 ‘아르티스’가 등장했다. 음악가 8명 뒤로 푸른 바다가 보였다. 이들이 만드는 선율에 달곰한 짠내가 뱄다. 여행객들은 주전부리를 먹으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충남 홍성에서 온 김민욱(32)씨는 “지방에서 이런 공연 보는 게 쉽지 않은데, 좋은 공연과 좋은 경치를 보며 맛있는 걸 먹는다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뷔페식으로 구성된 이날 음식은 찬 음식 12가지, 따스한 음식 6가지 등이었다. 여기에 즉석에서 구워주는 고기는 씨간장으로 양념한 홍성 한우였다. 바지락 오일 파스타도 그 자리에서 말아 줬다. 여행객이 줄을 섰다. 이른 저녁이지만 배꼽시계는 밥 달라고 재촉했다.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맛나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면 꽃지해변 모래와 그 모래를 품은 푸른 바다가 시야에 들어왔다. 입맛을 돋우는 풍광이다.
‘꽃지 샐러드’ 재료는 서해에서 잡히는 주꾸미와 지역 제철 채소다. 아삭한 채소가 모양이 뭉글뭉글하고 피부가 반들반들한 주꾸미를 만났다. 두가지 식감에 해풍이 더해졌다. 태안 꽃지해변 일대는 다디단 고구마 생산지로 유명하다. 이 지역 고구마 단맛은 둥글둥글하다. 짧은 시간 혀를 날카롭게 사로잡는 공장 설탕과는 차이가 있다. 혀에 닿을수록 단맛이 서서히 느껴진다. 이날 나온 ‘태안 꽃지 고구마범벅’은 우아한 단맛을 뽐냈다. 몇년 전부터 파인다이닝(고급 정찬) 레스토랑 셰프도 애용하는 감태. 이날 나온 감태 주먹밥은 인기 스타로 등극했다. 충남 남당항 양식장에서 잡은 국내산 ‘바다 송어’도 재료로 등판했다. 바다 송어는 민물송어를 바닷물에 적응시킨 뒤 바다에서 양식하는 종이다.
“전복은 한 분당 하나씩 가져가세요. 수량이 모자랄 수 있어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여행객들은 웃었다. 간장 양념한 전복구이 요리다. “전복이 인기네. 완도 전복과 다른가 보네.” 모두가 음식 평론가가 됐다. 찬 음식으로 급하게 허기를 채웠다면, 따스한 음식은 노을을 맞이하기 위한 춤사위 역할을 했다. 배 교수는 꽃지해변 앞 바닷속에서 갓 잡은 꽃게로 만든 크로켓과 서산 육쪽마늘을 더한 닭강정을 특히 자랑했다.
해가 물러가기 시작했다. 일과를 마친 해는 미련 없이 떠날 채비를 했다. 첼리스트 이나영이 무대에 섰다. 무대랄 것도 없는, 그저 바닷가 앞 돌바닥인데도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먹는 흥, 노는 흥, 노을 감상 흥을 돋웠다.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도 연주했다. 식탁마다 웃음소리가 커졌고, 붉은 노을이 스며들었다. 저녁 7시20분이 되자 해는 마지막 숨을 내뱉고 있었다. 여행객들 시야에 물이 빠져나간 대지가 보였다. 육지와 할배·할매 바위가 연결된 땅이었다. 사람들은 포크를 내려놓고 노을을 배웅하러 갔다. 노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며 서로를 안아줬다.
“홍보 에스엔에스(SNS)를 보고 왔다. 야외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 보내니 색다른 경험이 됐다. 풍경과 맛이 어우러져 좋다. 내년에도 신청할 생각이다.” 여자친구와 왔다는 허강수(30·충남 당진)씨가 말했다.
아르티스가 다시 출동했다. “붉게 물든 노을 바라보면/ 슬픈 그대 얼굴 생각이 나/ … /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이문세의 ‘붉은 노을’이 나오자 여행객들이 따라 불렀다. 노을 지는 해변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 노래를 읊조리는 광경에 달콤하지만 씁쓸하고, 슬프면서도 기분 좋은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많은 문인들이 인생의 후반기를 낙조에 비유해서일까.
충남 전통 떡과 지역 제철 과일이 디저트로 등장해 만찬의 마침표를 찍었다. 충남문화관광재단이 마련한 행사의 대미는 낙화놀이였다. 요즘 외국인들에게 인기 많은 그 낙화놀이다. 숯과 한지를 꼬아 만든 낙화봉을 줄에 매달아 놓은 후 일몰 무렵에 불을 붙여 노는 우리 전통 민속놀이다.
이기진 재단 대표는 “관광의 키워드는 미식으로 가고 있는데 충남은 산과 바다에서 좋은 식재료가 많이 난다”며 “제철 음식을 지역에서 먹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태희 한국미식관광협회 회장은 “미식관광 하면 파인다이닝이나 유명 맛집 투어라고만 아는데,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풍광, 여기서 만나는 셰프나 농부들과의 소통, 지역 식재료가 주인공”이라고 했다.
태안/글·사진 박미향 선임기자 mh@hani.co.kr
충남 제철 재료 요리 만들기
매콤하게 볶아낸 서해식 해산물볶음
재료: 생홍합 3개, 꽃게 반 마리, 새우 5마리, 오징어 반 마리, 칠리소스 30㎖, 고추기름 20㎖, 고춧가루 5g, 양파 반 개, 빨강 피망 1/4개, 초록 피망 1/4개, 다진 바질 10g, 다진 마늘 20g, 실파 30g, 청경채 1개, 양상추 40g, 전분 20g, 참기름 10㎖, 참깨 5g, 굴소스 10㎖, 올리브오일 적당량.
만들기
① 해물을 손질해 소금, 후추, 마늘, 바질, 올리브오일에 절인다. ② 채소는 썬다. ③ 팬에 ②를 볶은 뒤 ①을 넣고 마저 볶는다. ④ ③에 칠리소스, 고추기름, 고춧가루, 굴소스, 참기름을 넣고 좀 더 볶은 뒤 전분으로 농도 조절을 한다. ⑤ 접시에 양상추를 깔고 ④를 담는다.
꽃게살튀김
재료: 꽃게 2마리, 알새우 30g, 오징어 30g, 양파 20g, 대파 10g, 마늘 5g, 흰색 후춧가루 적당량, 달걀 1개, 밀가루와 빵가루, 양파 드레싱은 각각 적당량.
만들기
① 꽃게는 세척 솔로 깨끗하게 씻는다. 게 껍데기를 벗긴 뒤, 아가미를 제거한다. 반으로 가른 뒤, 밀대로 꽃게를 밀어 꽃게 살을 발라낸다. ② 알새우는 다지고, 오징어는 썬다. 양파, 대파, 마늘은 다진다. ③ 발라둔 꽃게 살과 새우 살, 오징어는 수분을 제거한 뒤 양파, 대파, 마늘, 흰색 후춧가루를 넣고 반죽한다. ④ 살을 짜고 난 뒤 남은 꽃게 껍데기에 밀가루를 묻힌다. 꽃게 살 반죽을 꽃게 모양으로 만들어 붙인다. ⑤ ④를 밀가루, 달걀 물, 빵가루 순으로 묻힌다. 165도 기름에서 튀긴다.
간장전복구이
재료: 전복 8마리(1㎏), 빨강 파프리카와 노랑 파프리카, 양파, 콜리플라워·브로콜리 각각 반 개씩, 꽈리고추 50g, 대파 100g, 다시마 1장, 버터 50g, 데리야키소스 100g, 간장 적당량.
만들기
① 전복은 세척 솔로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다. 전복에 칼집을 낸다. ② 찜기에 대파를 깔고 손질한 전복을 놓고 다시마를 올린다. 찜기에서 1시간30분 동안 찐다. ③ 콜리플라워와 브로콜리는 한입 크기로 잘라 끓는 물에 데친다. ④ 파프리카, 양파, 대파, 꽈리고추는 먹기 좋은 크기(3㎝×3㎝)로 썬다. ⑤ 팬에 버터를 녹인 뒤 찐 전복을 굽는다. 노릇해지면 데리야키소스와 간장을 넣고 볶는다. ⑥ 손질한 채소도 넣고 볶는다.
박미향 선임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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