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충북 옥천과 대전, 충남 공주를 찾았다. 이틀 전인 23일 대구 칠성시장을 찾았을 때처럼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를 지원하려는 목적이 뚜렷했다. 칠성시장에서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지지자와 취재진 앞에서 국민의힘 소속인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 ,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당대표 시절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그가 특정 후보의 선거 지원을 위한 공개 행보에 나선 것은 2021년 12월 사면 이후 처음이다.
퇴임한 대통령의 정치 활동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정치에 참여할 권리는 전직 대통령도 예외 없이 누려야 할 국민의 보편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참여의 방식이다. 국가 원로로서 국가적 현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거나,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참여를 독려하고 투표의 기준과 방향에 대해 견해를 표명하는 것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과거 몸담았던 정당의 승리나 특정인의 당선을 위해 직접 선거운동에 뛰어드는 것은 새로운 분열과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해야 마땅하다. 특히 재임 기간의 실정과 범죄 행위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 징역 20년의 실형까지 선고받았던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라면 더욱 그렇다 .
국민의힘의 태도 역시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는 결단의 행보”라며 “충청권 외에 영남권도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국정 농단’으로 쫓겨난 전직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구국의 결단’으로 포장될 수는 없는 법이다.
2021년 12월24일 정부가 단행한 박 전 대통령 사면의 공식 명분은 ‘국민 대화합’이었다. 이는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던 당시 청와대의 특별사면 브리핑에 잘 나타나 있다. 사면 직후 박 전 대통령도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준 대통령과 정부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 모든 상황과 말들을 국민이 잊었을 거라 박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에 4년 반이란 세월은 너무도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