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이 열린 지난 23일, 극우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이용자로 추정되는 수십명이 봉하마을을 휘젓고 다니며 자신들만 아는 상징과 표시로 ‘혐오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고 박종철 열사를 조롱하는 ‘탱크데이’ 이벤트로 논란을 일으킨 스타벅스코리아는 2024년 4월16일 세월호 10주기에 맞춰 그리스 신화에서 노래로 배를 난파시키는 세이렌을 내세운 ‘사이렌 클래식 머그’ 출시 이벤트를 벌인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일부 극우 세력의 ‘혐오와 조롱’ 문화가 놀이처럼 변형되어 우리 일상에 생각보다 깊이 침투해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이와 관련해 “엄격한 조건하에 조롱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배상, 일간베스트저장소처럼 조롱 혐오를 방치 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배상,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국민 화합을 저해하는 극단 세력의 혐오와 조롱에 행정적,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이벤트에 국민적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불매운동까지 이어진 이유는 국가 폭력 피해자와 대형 참사 희생자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가 공동체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사회적 패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권력이 저지른 폭력과 참사의 원인인 된 구조적 병폐를 희화화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희석하는 위험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단식 중이던 세월호 유족 앞에서 이른바 ‘폭식 투쟁’을 벌이고, 5·18 희생자를 직접적으로 모욕했던 일베의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의 행위는 직접적인 폭력을 수반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은어나 ‘밈’을 통해 놀이처럼 행해지고 있어, 법이나 행정 조처로 규제하기 쉽지 않다. 먼저 각종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규제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조롱과 혐오를 조장하거나 부추겨 돈벌이에 악용하는 경우엔 더욱 강력한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
극우 세력의 혐오와 조롱 대상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이 장애인과 이주민, 동성애자 등 소수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곧잘 직접적인 폭력으로 이어진다. 이번 논란을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진지하게 시작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가장 낮은 곳의 인권이 지켜질 때 극우 세력이 설 수 있는 땅은 절로 줄어들 것이다.